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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Wladimir Schall - Platzkart (Simphonic Silence Inside, 2021)

프랑스 작곡가 Wladimir Schall의 앨범. 블라디미르는 지휘와 오케스트라 편곡을 전공한 후 Jeanne-Marie Conquer의 어시스턴트로 일을 했고, 자신의 디자인 브랜드를 론칭한 뒤 그 오브제를 사운드 인테리어와 결합한 독특한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복합적인 예술 활동을 이어왔다. 물론 음악가로서 작곡과 편곡은 물론 사운드 디자이너와 DJ로도 활약 중이다. 디지털 음원으로 접할 수 있는 그의 작업은 제한적인데, 대체로 하나의 주제에 근거해 마치 일상을 기록하거나 일기를 써 내려가는 방식과 유사한 일련의 의식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어 타이틀 'Platzkart'를 우리말로 하면 3등 객차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데, 앨범은 블라디미르가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제 각 곡의 제목은 여행 중 경유한 9개의 도시와 장소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블라디미르는 기본적으로 드론과 앰비언트의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자 악기보다는 피아노와 오르간 같은 연주 악기를 주로 활용해 그 효과를 구현하고 있다. 본인 스스로 Erik Satie에 대한 영향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앨범의 곡들 역시 사티를 연상하게 만드는 미니멀한 라인은 물론 음과 음 사이의 공백의 긴장을 이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공간계 이펙트를 활용해 연출한 사운드의 이미지는, 마치 태양을 마주 보며 서쪽으로 향해가는 기차 속에서 낯선 풍경과 차창 사이에서 부서질 듯 산란하는 빛을 보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선로를 달리는 기차 소리를 필드 리코딩으로 사용해 현장의 분위기를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묘사적인 성격도 지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분히 정서적 반영을 이어가는 서정적 측면이 강하다. 특히 사운드와 사운드 사이의 밀도감보다는 마치 서로 동떨어져 있는 듯한 고립감을 강조함으로써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정된 고립 공간 안에서 낯선 곳을 끊임없이 지나치며 느꼈을 법한 적막함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담았다는 인상을 준다.

 

2021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