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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Yelena Eckemoff Quintet - A Touche Of Radiance (L&H, 2014)


러시아 출신의 여성 피아니스트 옐레나 에케모프의 신보. 지금까지 옐레나가 선보였던 여러 앨범들 중 이번 레코딩이 사이트맨의 구성에서는 단연 압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Mark Turner (Sax), Joe Locke (Vib), George Mraz (B), Billy Hart (Ds) 등이면 그 동안 트리오 앨범에서 함께 연주했던 뮤지션들과 비교해도 절대 꿀리지 않는 인적 구성이다. 이전 트로이 앨범들에서 ECM적인 사운드를 염두에 둔 개인적 욕심을 피력했다면, 이번은 그 욕망을 거의 알몸으로 드러내 놓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옐레나 자신의 콤포싱으로 되어있는 오리지널들은 직접 대 놓고 ECM을 향해 본격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전통적인 펜타토닉 스케일을 활용하면서도 피아노, 테너, 바이브가 만들어내는 에소테릭한 사운드와 베이스 및 드럼의 자율적 공간 활용 등은 ECM 팬이라면 매우 친숙한 구성으로 들려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피아니스트 자신의 음악적 성과로 귀속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이것도 리더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전 레코딩에서도 그러했듯이 ECM 출신의 뮤지션들을 사이드맨으로 기용하여 만들어낸 자신만의 독창성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를 조합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정작 리더 자신보다 그 주변 사이드맨들의 존재감이 더 돋보였다는 것도 솔직한 느낌이다. 마치 피아노 없는 빌리 하트의 쿼텟에 옐레나의 피아노가 살짝 얹어진 듯한 리더 자신의 존재감 상실은, 그녀의 재능 탓이라기 보다는 과한 욕심의 결과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는 딱히 흠잡을 것 없는 연주이긴 하지만 옐레나의 리더 작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작곡 능력과 음악적 취향만 확인한 또 한 장의 프로필 관리용 앨범이 아닐까 싶다. 


201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