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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Yiruma (이루마) - The Rewritten Memories (Mind Tailor, 2021)

대한민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이루마의 앨범. 이번 앨범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이루마가 지금까지 발표한 대표곡 8개를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버전으로 재구성한 작업을 담고 있다.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음악을 Love Scene (2001)과 First Love (2001)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선보였을 무렵, 당시 우리나라에는 조지 윈스턴이 여전히 건재하고 있었고 유키 구라모토와 이사오 사사키가 동양적 정서를 대표하는 피아노 연주자로 인식되고 있었다. 여기에 한국의 김광민은 대중 피아니스트의 원-탑 주류 위치를 점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유럽적인 감성과 동양적 서정을 동시에 품고 있던 이루마의 연주는, 당시의 분위기에서는 세류에 편승한 아류 정도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루마는 꾸준한 음악 활동을 통해 서서히 세간의 오해를 해소하기 시작했고,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라디오 진행자로 우리 곁에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의 음악은 지친 일상의 위로가 되었고, 힘든 하루의 휴식이 되었다. 그리고 그 위로와 휴식은 단지 우리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해외 드라마에서도 그의 음악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펜데믹으로 전 세계가 힘든 상황에 놓여 있던 2020년 초, 발매된 지 9년이 지난 The Best Reminiscent 10th Anniversary (2011) 앨범이 빌보드 클래시컬 차트에서 역주행을 시작하더니 6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Piano Day 2021을 맞이해 몇 시간 전 Deutsche Grammophon에서 스트리밍으로 공개한 가상 행사에서 이루마는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며 '아름다운 음악이 필요한 시기'에 어울리는 그의 곡들을 연주한다. 이번 앨범은 우리 일상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이루마의 대표곡들을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버전으로 편한 녹음을 수록하고 있다. 담백함과 진솔함이 이루마의 큰 장점이었던 것에 비춰본다면 확대된 규모와 스케일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가 전하고자 했던 위로와 휴식의 말들은 여전히 유효한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그 지금까지 그가 '이룬' 성과의 일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이미 충분하다.

 

2021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