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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zakè, Markus Guentner, James Bernard - Pyramiden (Zakè Drone Recordings, 2023)

 

활동명 zakè로 더 유명한 미국 Zach Frizzell, 독일 출신 Markus Guentner, LA 기반 James Bernard 등 세 명의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이 모여 완성한 협업 앨범.

 

이렇게 세 명의 쟁쟁한 인물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은 자케의 영향력이 7할 이상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Kaleidoscope Tone Studio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그래픽 작업과 함께 리코딩, 믹싱, 마스터링 작업을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 공간에서 자신이 소유한 Past Inside the Present, Healing Sound Propagandist, Zakè Drone Recordings 등의 레이블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PITP는 앰비언트, 드론, 사운드스케이프, 미니멀 등에 주력하는 전자음악 전문 레이블로 세계 각국의 뮤지션을 포괄하는 주요한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 계열사인 HSP는 몽환적인 명상 사운드에 중점을 둔 앰비언트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특히 ZDR은 자케의 작업은 물론 본인과 여러 뮤지션의 협업을 다루면서, PITP와 HSP의 성과를 수용하고 이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ZDR을 중심으로 하는 이와 같은 일련의 협업은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뮤지션들의 개인적인 캐릭터를 부각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대질과 대비를 통해 새로운 공간적 표현을 완성하는 성과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번 작업은 독특하게도 각자의 시그니쳐를 이루는 음향적 특징을 크게 부각하지 않으면서도, 이들 세 명의 조합이 아니면 만들어내기 어려운 창의적 시너지를 담아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재크의 사려 깊은 앰비언트 드론에 마르쿠스와 제임스가 스텝을 맞추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마르쿠스가 간헐적으로 선보였던 일련의 작업 중에는 비트리스의 공간 속에 사운드스케이프의 전개를 통해 독특한 앰비언스를 연출한 훌륭한 전례들도 존재하고, 제임스 또한 사운드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모듈러를 활용해 만들어낸 창의적인 앰비언트의 성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재크는 세 명이 함께 서명할 수 있는 공통의 음악적 팔레트를 제공했다고 봐도 크게 어긋나지 않을 듯싶다. 때문에 이번 작업은 각자의 음악적 경험이나 취향 속에서 은연중에 드러났던 공통의 요소를 기반으로, 새로운 창의적 시너지를 연출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앨범의 타이틀은 물론 각 곡의 제목은 고요, 적막, 고립 등을 떠올릴 수 있는 장소적 상징을 사용하고 있어, 전체의 분위기를 요약하는 음악적 표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세 명의 뮤지션이 합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요약하기도 한다. 때문에 앰비언트라는 장르적 특징과 결합한 고유한 정서적 분위기를 음악이 포용하고 있으며, 이는 앨범 전체의 느낌을 집약하는 핵심을 이루기도 한다. 음악 속에는 뮤지션 각자의 역할과 기능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하나의 집약적 형태로 이루어진 사운드의 응집을 보여주고 있으며, 매시브 하면서도 폴리포닉 한 특징을 지닌 다양한 양식의 드론을 통해 정서적 분위기를 시각적 이미지로 재현하는 듯한 놀라움을 담아내고 있다. 각 트랙은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색감으로 수렴하는 듯한 통일성을 지니는 것도 인상적이다. 다양한 텍스쳐와 소스의 사운드가 중첩을 이루면서도, 주파수의 간섭에 의해 발생하는 웨이브의 플로우를 제한하면서, 비교적 플렛하고 굴곡 없는 흐름을 완성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더욱 강한 안정감과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각각의 곡 속에서 개별 뮤지션의 특징을 추출하기 어려울 만큼, 하나의 단일한 언어와 표현으로 완성한 사운드와 음악의 응집력은 놀랍다. 당연하게도 이와 같은 사운드의 응집은 이들 세 명이 함께하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결과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쓸쓸함을 상징하는 장소적 표제를 다루면서, 그 분위기를 반영한 고유한 음악적 흐름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그 속에서 고요함과 평온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은 이번 작업이 지닌 미덕이 아닐까 싶다. 그 어떠한 집요한 경청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호흡에 맞춘 편안한 감상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20230221

 

 

 

related with James Bernard (as Awakened Souls)

 

related with Zach Frizzell (as zakè, Pillars et 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