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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Beier - Scarborough Variations: Piano Works XI (ACT, 2018)

komeda 2018. 5. 28. 12:12


독일의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크리스 베이어의 신보. 이번 앨범은 베이어가 Aeolian Green: Piano Works VIII (2008) 이후 ACT에서 10년 만에 발매한 두 번째 작업이며,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2005년에 시작하여 2010년 이후 명맥이 끊긴 Piano Works의 재기를 상징하는 녹음이기도 하다.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베이어는 초기 포스트-밥에 기반을 둔 정통적인 연주에서부터 이후 구성의 해체를 통한 새로운 표현의 실험을 담고 있는 아방가르드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베이어는 이와 동시에 뮤지컬이나 실내악 소품은 물론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 등을 작곡하며 현대 작곡에서도 성과를 축적한 뮤지션으로 알려졌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솔로로 녹음된 이번 앨범은 현대 작곡의 원칙을 활용하고 있지만 진행에서는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확보해 재즈의 언어와 표현으로 이루어진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10년 전에 선보인 작업과 일정한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타이틀에서도 암시하고 있듯이 임프로바이제이션 대신 바리에이션이라는 용어를 차용함으로써 즉흥 공간 구성에서의 신중한 접근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명명을 한다고 해도 전작과의 연관성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개별 곡을 진행하는 방식에서는 표현에서의 미묘한 차이는 존재할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원칙과 방법에서는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변주라는 폭넓은 의미를 포괄하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재즈를 포함한 현대 음악의 다양한 문장들을 자신의 언어로 수용하고자 하는 소박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작을 포함해 이번 앨범에서 베이어가 들려주는 연주는 절대 화려하지 않다. 대신 국소 이긴장증(Focal Dystonia)이라는 난치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음악적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타건 하나하나에 신중함이 스며있고, 공명과 울림의 긴장을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한 원곡들이 존재한다. 피아노의 낮은 목소리로 음악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2018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