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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ke Howard - Open Heart Story (Mercury KX, 2018)

komeda 2018. 5. 29. 12:15


호주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루크 하워드의 신보. 지금까지 하워드가 선보였던 음악을 하나의 일관된 흐름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솔로, 듀오, 트리오, 리믹스 등의 다양한 양식을 통해 발현되는 그의 음악은 그 형식에 따라 서로 다른 음악적 언어에 기반을 둔 표현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리오의 경우 유러피언의 특징이 반영된 재즈의 문법에 근거해 연주를 펼치고, 듀오에서는 모던 클래시컬과 임프로바이징의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접근을 보이는가 하면, 솔로 작업은 현대 작곡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음악적 발언을 유지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와 같은 유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워드는 고전 음악의 가치를 오늘날의 음악적 지반 위에서 사고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다양한 양식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일관성은 유지된다. 이는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개괄해 보면 쉽게 관찰할 수 있고, 하워드의 음악이 내재한 기본적인 문제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중 솔로 작업은 이러한 특징을 가장 명료하게 드러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Sun, Cloud (2013)와 Two Places (2016)의 뒤를 잊는 솔로 작업이며 앞서 언급한 하워드의 음악적 특징을 담아내고 있다. 하워드는 이번 앨범이 사적 영역의 감정과 생각들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기존 솔로 작업과의 연속성과 그 표현의 진화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의 솔로 작업은 피아노 독주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 연주자와의 상호작용이나 인터플레이가 배제된 상태에서 개별 곡의 성격에 따라 온전한 자기 의지를 반영한 일렉트릭 효과나 오케스트레이션의 활용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그의 솔로 앨범들은 다양한 소재들이 서로 얽혀 있는 커다란 내러티브의 구조를 지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앨범에 수록된 23개의 트랙 중에는 서로 연관된 모티브를 공유하는 곡도 몇몇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서로 분절된 자기 사연을 담고 있다. 이 앨범은 그 개별 사연들이 마치 하나의 이야기 구조로 응집하는 과정을 보는 듯한 신비하고 아름다운 경험을 선물한다.


2018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