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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ls Frahm - Encores 1 (Erased Tapes, 2018)

komeda 2018. 6. 4. 12:04


독일 작곡가 겸 연주자 닐스 프람의 신보. 이번 앨범은 올 초에 발매된 All Melody (2018)와 깊은 연관을 지닌 EP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닐스는 지난 몇 년 동안 동베를린 지역에 자신의 작업 공간 겸 녹음 스튜디오를 단장하는 일에 몰두했는데, 그 과정에서 60여 개에 이르는 새로운 곡을 작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12곡은 올해 초에 발매된 앨범에 수록되었고, 이번 EP를 통해 나머지 중 5곡이 공개된 셈이다. 본 공연이 끝난 다음 연주자를 다시 무대에 불러내는 행위를 일컫는 앙코르라는 타이틀이 어쩌면 이번 EP의 성격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작에서는 새로운 스튜디오의 음향과 악기를 활용하여 멜로디와 구성을 이루는 다양한 형식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선보였다면, 이번 EP는 비교적 단출한 솔로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싱글 혹은 더블 트랙의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 앨범은 기존 솔로 작업에서 보여줬던 사적 내밀함이 가득한 연주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음향이나 효과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악기 그 자체가 구성하는 멜로디와 사운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과 상황을 조율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러한 형식적인 유사성 덕분에 이번 앨범은 기존 Screws (2012)나 Solo (2015)의 연장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콘텐츠나 디테일에 있어서는 확실히 올 초의 전작과 연관이 깊은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전작에서 다뤄졌던 유사한 형식의 연주 몇 편과 관련해서 사고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예를 들면 전작의 "My Friend the Forest"나 "All Melody"와 같은 곡을 이번 EP와 묶어 기존 솔로 작업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동일하게 느껴진다. 결국 이번 EP는 전작에서 보여준 다양한 형식의 연주 중 유사한 공간적 특징을 지닌 곡을 담아 발매한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며, 이후에 발매될 앙코르 시리즈의 개별 성격과 방향을 어느 정도 유추할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전작 앨범이 닐스가 새로운 스튜디오에서 펼칠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면 이번 EP는 그 분화 가능성을 시사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을 하든 닐스는 항상 옳다.

2018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