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Anders Aarum Trio - Oslo Puzzle (Ozella, 2023)

komeda 2023. 9. 30. 21:18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Anders Aarum의 트리오 앨범.

 

1974년생인 안드레스는 1990년대 말부터 북유럽 재즈 씬의 주요 뮤지션들과의 연주를 통해 활동과 경력을 넓혀왔으며, 지금까지 다양한 녹음 세션 참여는 물론 여러 밴드의 고정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더불어 2000년부터 자신의 트리오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 작업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Mats Eilertsen, Torstein Ellingsen, Thomas Strønen, Ole Morten Vågan, Andreas Bye, Magne Thormodsæter, Ivar Thormodsæter 등과 같은 쟁쟁한 뮤지션들이 AAT의 베이스와 드러머로 함께 녹음과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는 베이스 Jens Fossum과 드럼 Hermund Nygård가 함께하고 있어, 지금까지 안드레스가 여러 작업과 프로젝트를 통해 축적한 인맥과 호흡을 이번 녹음에도 반영하고 있다.

 

통산 다섯 번째 트리오 녹음인 이번 앨범에서도, 안드레스는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자신의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활기 있게 담아내고 있다. 북유럽적인 스타일에서부터 북미의 전통적인 양식에 이르는 풍부한 레퍼토리를 자신의 오리지널로 소화하고 있으며, 어느 한 가지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마치 재즈의 역사 속에서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을 반영하는 듯하여, 초기 북미의 뉴올리언스나 가스펠의 느낌을 재현한 곡은 물론, 클래식적인 감성을 기반으로 임프로바이징을 확장하는 연주에 이르기까지, 앨범이 담고 있는 스타일은 무척 풍부하다. 북미적인 전통에 기반한 오소독스와 더불어, 아프로-쿠반 양식을 떠올리게 하는 곡은 물론, 북유럽 특유의 자율적 서정을 바탕으로 구성한 연주 등을 포함하며, 모든 테마에 대해 상당히 유연한 접근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양식과 스타일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연주는 마치 안드레스의 활기에 통합을 이루는 듯한 균일한 분위기에 수렴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안드레스의 피아노가 보여주는 특유의 탄력성은 다양한 양식을 하나의 균일한 분위기에 녹여내는 주요한 요인이며, 재치 넘치는 진행을 통해 자신만의 감성적 해석을 반영하기도 하여, 앨범 전체는 전혀 이질적이지 않은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완성한다. 그만큼 피아노의 의지가 강하게 관철되는 트리오의 공간임에도, 곡의 특성에 따라 유연한 직관성을 발휘하는 베이스와 드럼의 자율적 개입은, 앨범 전체가 보여주는 탄력성을 더욱 활기 있게 완성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전통적인 재즈 트리오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북유럽 특유의 자율적 개입을 활용하여 개별적 능동성을 개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상호 간의 인과성을 확장하며, 트리오 특유의 인터랙티브한 우연과 반전의 활력을 완성하기도 한다.

 

앨범 전체는 마치 하나의 균일한 톤으로 채색한 여러 단편의 모음을 보는 듯하며, 각각의 트랙이 전하는 저마다의 고유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즐거움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이루어진 퍼즐 조각을 맞춰 하나의 그림을 완성했을 때의 경험을 떠올리게 하여,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무척 절묘하다. 무엇보다 활기와 낭만적 서정을 함께 품고 있는 모든 곡이 전하는 음악적 유쾌함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2023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