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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rina Barbieri - Myuthafoo (light-years, 2023)

komeda 2023. 9. 21. 20:31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Caterina Barbieri의 앨범.

 

1990년생인 카타리나는 전자음악 작곡을 비롯해 힌두스탄 클래식 음악과 미니멀리즘에 관한 민족음악학 논문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클래식 기타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같은 그녀의 다양한 재능과 음악에 대한 학식은 개인 작업에도 반영되어, 일렉트로닉 분야에서 자신만의 창의적인 미적 표현을 완성하게 된다. 모듈러 아날로그 신서사이저를 주로 활용하는 작업에서, 많은 뮤지션들이 기계 장치적 표현에 의지해 독특한 사운드나 효과에 집중하며, 통상적인 음악적 언어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카타리나는 이와 같은 장치적 기법을 활용하면서도 기존의 음악적 표현과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신서사이저 고유의 알고리즘과 작법에 충실하면서도, 그 표현이 어떻게 음악적인 형식으로 완성될 수 있는가에 대한 탐구적인 노력은, 때로는 회고적이면서도 때로는 전복적인 가치를 지니며, 카타리나만의 고유한 창의성으로 귀결한다. 이러한 최근의 결실 중 하나가 Ecstatic Computation (2019)이며, 해당 작업 동안 함께 완성했던 여러 곡들을 다시 취합해, 이번 앨범으로 엮어,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선보이게 된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전작의 연속이라는 측면과 함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갱신한 카타리나의 변화를 동시에 함축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단순한 양식의 시퀀싱처럼 보이면서도, 그 안에 담긴 엔벌로프, 필터, 레조넌스 등의 다양한 모듈레이션은 물론 이펙터를 통해 연출하는 극적인 사운드의 변화는, 마치 기악적 정교함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음악적 진행을 관찰하는 듯하다. 라이브와도 같은 직관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듈레이션을 조합하고 있어 때로는 공격적이면서도 정교하고, 섬세하면서도 과감하다. 때문에 전자 음악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펼칠 수 있는 다양한 변화를 통해, 마치 임프로바이징을 연상하게 하는 풍부한 음악적 표현을 재현하고 있다. 오실레이터로 정교하게 완성한 사운드 웨이브가 여러 변수들의 개입을 통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계산을 통해, 곡의 흐름을 극적으로 이끌어가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개별 음향의 움직임조차 세밀하게 고려하는 모습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기본적인 테마의 간결함과 명료함을 바탕에 두고 있지만, 그 변화의 폭은 다양한 패칭과 변수만큼이나 풍부하며, 이를 통해 연출하는 흐름 또한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아날로그 신서사이저와 모듈러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사운드 특성 또한 무척 매력적이며, 순간순간 사운드를 조율하고 그 캐릭터와 변화를 명확하게 부각하는 섬세함도 인상적이다. 다양한 모듈의 특징과 표현을 활용하고 있지만, 전체의 조합이 기계적 혹은 장치적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며, 순수하게 음악적인 느낌으로 전해지고 있다. 폴리포닉한 사운드나 폴리 리듬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대위적인 정합성을 우위에 두며 기계적인 절충이나 표현이 희석되도록 배려한 섬세함은 물론, 샘플 앤 홀드나 노이즈 제네레이터와 같이 랜덤한 요소가 작용하는 범위에 대해서도 치밀한 제한을 설계해 둠으로써, 모든 순간에 자신의 음악적 의지가 직관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구성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각각의 개별 장치적 요소들이 서로 유기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 어떠한 우발적인 기계적 표현도 음악적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서로에 대한 영향까지 고려한 섬세함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아날로그 신서사이저 특유의 사운드와, 기존 음악의 언어와 어법을 반영한 작법은 물론, 다양한 변수를 활용한 모듈레이션을 통한 음악적인 직관의 실현 등을 통해, 카타리나는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표현을 완성하고 있다. 기악적인 정교함을 품고 있는 듯한 화려한 모듈레이션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사운드와 그 변화 및 효과가 어떻게 미적 표현으로 완성될 수 있는가에 대한 세밀한 음악적 고찰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2023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