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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gori - Minor Green (Modularfield, 2023)

komeda 2023. 10. 3. 20:30

 

독일 뮤지션 Ralf Stritt과 Gregor Kerkmann의 듀오 프로젝트 Chogori의 앨범.

 

Modularfield라는 일렉트로닉 분야에서의 상징적인 레이블을 통해 작업을 발매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장르적 특징을 짐작할 수 있지만, 초고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해당 유형의 음악과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대 초 키보드 연주자 겸 피아니스트 Ralf Stritt와 더블 베이스 연주자 Gregor Kerkmann이 모여, 이전 자신들의 경력과는 결이 다른 일렉트로닉을 표방하며 초고리를 결성한다. 하지만 초고리의 일렉트로닉은 디지털 합성을 배제한 아날로그적인 특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기존 전자 음악과의 차별점을 명확히 하는가 하면, 연주 중심의 기악적 특성을 적극 활용하며 자신들만의 선명성을 강조하게 된다. 초고리의 작업 대부분에 드럼 Martell Beigang이 함께하고 있어 사실상 트리오 구성이라고 해도 무방하며, 그만큼 이들은 독특하면서도 창의적인 일렉트로-어쿠스틱 연주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더블 베이스나 드럼 등과 같은 연주 악기와의 균형 속에서 전자 음향이 고유한 음악적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다양한 접점을 사고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기존 음악적 언어와의 경계는 물론 장르적 다면성을 시사하기 위한 그들만의 접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초고리가 재현하는 다양한 음악들은 일렉트로닉은 물론, 모던 클래시컬, 앰비언트 등의 친숙한 경계는 물론, 때로는 재즈, 소울, 사이키델릭과도 같은 범위까지 확장하며 자신들의 음악적 지평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다분히 기능적인 기악적 조합에 의해 이들 셋의 관계가 이루어진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공동의 합의에 기반을 둔 음악적 의도에 충실한 재현을 보여주고 있어, 다양한 유형의 조합을 통해 실현 가능한 자신들의 장르적 다면성을 포착하기 위한 실천적인 유기성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다면적 특징은 일렉트로닉의 유연한 활용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듯싶다. Moog One이나 Fender Rhodes와 같은, 본격적인 일렉트로닉과 연주 음악의 경계에 있는 악기의 기본적인 특징과 그 미묘함을 살려, 때로는 아날로그 신서사이저 특유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며 곡의 구성에 개입하는가 하면, 라인의 흐름에 따라 정교하게 변화하며 마치 기악적 변주와도 같은 흐름을 만들어 내는 스텝 시퀀서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등 기악적 특징을 바탕으로 하는 연주 중심의 직관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특히 이와 같은 악기의 연주나 활용에서 사운드 자체에 대한 특별한 모듈레이션을 가하지 않고, 해당 곡의 캐릭터에 맞는 균일한 톤과 텍스쳐를 지속하며 몰입적인 안정감을 연출하기도 한다. 안정적인 신서사이저의 사운드가 만들어 내는 몰입감은 베이스 및 드럼과의 관계 속에서 때로는 긴장을 동반하기도 하고, 몽환적인 텍스쳐를 연출하며 다양한 양식의 유형적 표출을 인상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장르적으로 초고리의 음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전과 현대의 경계는 물론 아날로그와 일렉트로닉의 접점조차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창의를 깊이 있게 실현할 수 있는 음악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렉트로닉을 표방하면서도 라이브 세션의 유기적 긴장을 포함하고 있으며, 음악적인 직관 속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운드의 조합이 강한 몰입을 선사하는 앨범이다.

 

 

2023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