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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en Berg - The Hamar Concert (NXN, 2023)

komeda 2023. 10. 21. 20:54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Espen Berg의 솔로 라이브 앨범.

 

1983년생인 에스펜은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접했고 스스로 곡을 쓰기 시작지만, 정식 레슨을 처음 받은 것은 10대 중반이라고 한다. 이후 정규 음악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더욱 성장시켰으며, 이후 주변 음악가들과의 지속적인 협업은 물론, 듀오와 트리오를 통해 인상적인 성과를 선보이고 있는, 북유럽을 대표하는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teinway의 공식 아티스트로 지정될 만큼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췄으며, 작곡가로서 창의적인 풍부한 음악적 관점을 제시하며, 자신만의 음악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기도 한다. 연주와 작곡에서의 남다른 재능은 임프로바이징을 통해 실현되기도 하는데, 에스펜은 이를 ‘자연발생적 작곡’이라 칭하고 있다. ‘즉흥 작곡’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이와 같은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그의 솔로 라이브 무대이며, 이번 앨범은 The Trondheim Concert (2022)와 The Nidaros Concert (2023)에 이은 콘서트 시리즈 중 마지막에 해당한다.

 

에스펜은 이미 Noctilucent (2012)와 Acres Of Blue (2014) 등의 스튜디오 솔로 앨범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사전에 준비한 프로그램 없이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즉흥적인 모티브에 기반하여 연주와 녹음을 이어가는 것은 분명 새로운 음악적 도전일 것이다. 원테이크 녹음의 성공은 뛰어난 기교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자의적인 모티브의 나열만으로도 쉽게 공감을 받기 힘들다. 자신의 의지, 감성, 사고 등을 음악적인 방식으로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와 같은 접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은 Keith Jarrett 이후 주목할 만한 라이브 솔로 즉흥 연주자가 오랫동안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에스펜은 이번 콘서트 녹음 시리즈를 위해 20년 동안 준비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 동기에는 거장이 쾰른에서 탄생시킨 위대한 업적이 존재하고 있음을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에스펜이 거주하고 있는 곳을 비롯해 자신의 일상과 깊은 연관이 있는 지역을 무대로 삼았다는 점은 이번 시리즈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다. 이번 공연은 고향 Hamar를 무대로 하고 있어, 한 개인의 삶과 더불어 음악가로서 시작을 알린 도시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 때문인지, 이번 연주는 이전 시리즈에 비해 다양한 기교를 풍부한 활기로 전환해, 유쾌하면서도 과감한 접근을 종종 보여주기도 한다. 전반적으로는 에스펜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의 도입이 이끄는 깊이 있는 감성을 모티브로 이후의 진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즉흥이 화답하는 방식은 청자의 기대와 음악적 의외성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스케일과 노트의 움직임은 자유로우면서도 직전 프레이즈와의 연관성은 물론, 이후의 진행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인과성을 제공하고 있어, 즉흥적인 흐름은 무척 자연스럽고 다양한 방식의 공감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 안에는 다양한 장르적 모티브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은 연주자의 풍부한 상상력과 재능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과연 에스펜의 이러한 노력이 위대한 거장의 실질적 부재를 대신할 만한 성과에 도달했는가에 대한 의문은 부질없다. 그 누구도 거장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무엇보다 이번 작업은 에스펜이 이룬 고유한 음악적 성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을 포함해 지금까지의 시리즈를 3부작으로 칭하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솔로 라이브 원테이크 리코딩에 대한 지속적인 의지를 밝히고 있어 반가울 따름이다. 에스펜의 즉흥 작곡은 계속되어야 한다.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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