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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Hawgood & Danny Norbury - Faintly Recollected (Home Normal, 2018)

komeda 2018. 1. 14. 13:12


일본과 영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뮤지션 이안 하우굿과 영국 출신 첼리스트 대니 노버리의 듀엣 앨범. 오랜 기간 동안 두 사람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고 여러 리코딩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이번 앨범이 이들 두 뮤지션의 첫 번째 듀엣 작업이라는 사실이 의외인 것은 분명하다. 뮤지션으로서 뿐만 아니라 독립 레이블의 책임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안의 경우 앰비언트 계열의 전문 레이블을 표방하는 Home Normal을 일본에서 설립해 올해로 10년째를 목전에 두고 있다. 또한 이안 개인적으로는 작년 2017년이 음악 데뷔 10주년이 되는 해였는데, 지금까지 자신이 작업했던 결과물들을 결산하고 재정비하는 의미에서 그동안 일회적이고 간헐적으로 이루어진 듀엣을 비롯한 다양한 협업을 다시 기획했다고 전해진다. 이 앨범은 이러한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물이기도 하다. 첼리스트 대니가 연주를 녹음하면 이안은 그 위에 루프를 입히고, 탬버린 크기의 북 위에 올려진 여러 길이의 가느다란 작은 철판들을 튕기거나 공명을 일으켜 소리를 내는 Sansula와 Kalimba 등의 악기를 이용해 앰비언트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오버 레이어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음악은 예상외로 소박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고 느껴질 만큼 절제된 표현이 지배적이다. 둘의 연주는 테마를 확장하기보다는 그 내연의 깊이를 천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앨범의 타이틀 Faintly Recollected라는 제목의 정직성을 실감하게 된다. 앨범에는 I에서 VII까지의 일곱 개 트랙이 있지만, 원래는 하나의 단일 연주로 녹음된 것을, 불과 얼마 전까지 이들 둘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피아니스트 Stefano Guzzetti가 편집해 분할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음반 전체는 하나의 긴 호흡 과정이 이어지고 있어, 앨범의 커버 아트로 사용된 노르웨이 사진작가 Eirik Holmøyvik의 작품 "Black Road"와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포장까지 만족스러운, 진솔한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아본 듯한 앨범이다.

2018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