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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per Thorn - Dragør (April, 2023)

komeda 2023. 10. 4. 20:49

 

덴마크 베이스 연주자 겸 작곡가 Jesper Thorn의 앨범.

 

2000년대 초부터 활동을 시작한 예스퍼는 여러 밴드의 정규 멤버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2010년대 중반부터 자신의 오리지널을 담은 작품들을 발표하며 자신만 고유한 음악적 표현을 실현하게 된다. 통산 세 번째 정규 녹음인 이번 앨범에서도 예스퍼는 피아노/일렉트로닉 Marc Méan 및 코넷 Tobias Wiklund과 호흡을 맞추고 있어 기존 작업과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여기에 테너 색소폰 Cecilie Strange와 바이올린/비올라 Andreas Bernitt 등도 함께하고 있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확장적 표현을 탐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만의 고유한 심미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정서적 분위기를 재현하며 풍부한 사색의 공간을 담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구성원들 사이의 정교한 연주의 합보다는, 단일한 정서적 공감을 바탕으로 각자의 감성을 반영한 호흡을 통해 집합적 합의를 완성하는 듯한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안정적이고 차분한 프레이즈에 기반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연주는, 마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에 대해 관조적인 시선을 취하면서도, 인간적인 내면의 친밀함을 간직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차분한 호흡으로 발산하는 각자의 연주를 통해 자연스럽게 조화에 도달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그만큼 내면의 세밀함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절제와 간결함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상호 간의 대위적 연관이나 프레이즈의 대비가 이루는 폴리포닉한 구성이 선명하게 전달되며, 서로의 연주가 중첩을 이루며 연출하는 미묘한 하모닉스는 섬세한 일렉트로닉의 사운드스케이프와 조화를 이루며 강한 흡입력을 지닌 표현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과정은 무척 여유로우면서도, 긴밀한 정서적 공감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내밀하면서도 깊이 있는 표현을 완성하고 있다. 서로에 대해 취해진 거리만큼, 공백보다는 밀도 있는 온도가 채워지는 듯하여, 그 자체로 그 어떠한 인터랙티브한 관련성조차 구현하기 힘든, 강한 음악적 유대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만큼 예스퍼와 그의 밴드는 고유한 음악적 색을 완성하고 내밀함을 채워가는 자신들만의 고유한 접근을 선보이며, 특유의 서정미를 더욱 깊이 있게 완성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서정은 단지 귀에 편한 멜로망스에 머물지 않으며, 포근한 온도감으로 채워진 밀도와도 같은 여백 속에 풍부한 사색의 공간을 개방하기도 한다. 때로는 어둡기도 하고, 북유럽 특유의 우울감이 강하게 배어있기도 하지만, 이 모든 감성이 균형을 이루며 연출하는 내적 표현은 무척 심미적이다.

 

세밀한 틀 속에서 구성한 공간임에도 여유를 담고 있는 편성은 각 라인이 담고 있는 고유한 의미를 섬세하게 전달하여, 드럼이 없는 예스퍼의 정교한 5중주의 느낌은 마치 실내악의 차분한 진행을 연상하게 한다. 전체의 공간은 차분하고 각자의 프레이즈 또한 간결하지만, 서로를 흡입하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 서정적 표현 속에 담긴 내면의 다양한 그림자를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어 깊은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