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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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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 12 (Milan, 2023) 일본 음악가 Ryuichi Sakamoto의 정규 솔로 앨범. 류이치는 “큰 수술을 마치고 마침내 ‘집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신시사이저에 손을 뻗는 나를 발견했다. 뭔가를 작곡하겠다는 마음보다 그저 소리에 몸을 씻고 싶었다”라고 밝히며 “당분간 이런 ‘일기’를 계속 쓸 것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짧은 문장들은 이번 앨범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으며, 여기에 담긴 곡들은, 2014년 첫 진단에 이은 2021년 초 두 번째 암 발병 이후부터 이어진 투병의 힘겨운 기록 중 일부로, 그의 생일인 오늘 1월 17일에 공개했다. 1952년생인 류이치는 토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민속 및 전자음악 관련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대 중반 작곡가로 활동하며 여러 장르에 걸쳐 당시 일본의 ..
Nathaniel Méchaly - Shadowplay (Milan, 2021) 프랑스 작곡가 Nathaniel Méchaly의 TV 시리즈 OST 앨범. OTT 서비스에서는 The Defeated (2020)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고 OST 앨범은 시리즈의 원제 Shadowplay를 사용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패망한 독일 수도 베를린을 연합국 네 나라가 분할 통치하던 시절, 미국령의 경찰 조직 복구를 돕기 위해 현지에 파견된 NYPD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현지에서 벌어지는 연쇄 범죄를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전쟁 중에 실종된 친형의 행방(?)을 찾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도 기울이는 스릴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음악은 극의 진행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이야기의 전개를 이끌어가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기존 나다니엘 음악이 일부 영화나 드라..
Ryuichi Sakamoto - Minamata (Milan, 2021) 일본 작곡가 Ryuichi Sakamoto의 OST 앨범. 이번 앨범은 Andrew Levitas 감독의 영화 Minamata (2020)를 위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1964년 일본은 도쿄 하계 올림픽을 통해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전범국에서 세계의 기술과 문명을 선도하는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후 1972년 말, Life 지에 실린 사진 '목욕하는 우에무라 도모코'는 일본 산업화 이면에 숨겨진 추악한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되는데, 영화는 이를 촬영한 사진작가 Eugene Smith와 그의 일본인 아내 Aileen Mioko Smith, 그리고 수많은 현지인들이 미나마타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투쟁 과정을 담고 있다. 제2차 대전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오키나와, 이오지마, 괌,..
ROB - Oxygen (Milan, 2021) ROB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프랑스 팝 뮤지션 겸 영화음악 작곡가 Robin Coudert의 OST 앨범. 롭이 이번에 작업한 음악은 우리나라에서 O2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Oxygen의 수록곡이다. 한정된 산소가 고갈되어 가는 폐쇄 공간 속에서 깨어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라는 요약글을 보고 뻔한 진행과 결론을 생각하며 영화를 봤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과 이어지는 결말을 접하며 기대보다 흥미롭게 감상하게 되었다. 기억과 실존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생존이라는 현실 상황과 결부해 이야기로 풀어가는 방식이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다. 영화 속 음악은 철저하게 묘사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두 개의 상반된 텍스쳐를 설정하여 현재 직면한 위기와 관련된 긴장된 음악과, 그 ..
Emile Mosseri - Minari (Milan, 2021) 미국 작곡가 Emile Mosseri의 앨범. 아직 국내 개봉 전이지만 해외 영화제에서 많은 호평을 받는 미나리 (2020)의 OST. 트레일러 속 "Grandma smells like Korea"라는 대사를 듣고 피식하고 웃다가 문득 돌아가신 할머니 시골집 냄새가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한국계 미국 이민 가족이라는 특수성을 가족이라는 보편적 화두로 그려냈다는 세간의 평가를 참고한다면, 영화 속 시퀀스의 움직임에 따라 그 미묘한 변화까지 음악으로 표현하는 젊은 작곡가 에밀이 이번 작업을 맡은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독립 영화라 고생할 것이 뻔해서 하기 싫었다는 윤여정 배우의 농담도 있었지만, 에밀은 마케도니아까지 날아가 40인조 현악 오케스트라를 활용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피아..
Keegan DeWitt - Little Fish (Milan, 2021) 미국 영화 음악 작곡가 Keegan DeWitt의 동명 영화 OST.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근미래와 바이러스 등을 소재로 다룬 로맨스 장르라는데, 현재의 보건 위기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굴절시키고 새로운 일상을 강요하는지는 최근 미디어의 트렌드만 봐도 대충은 읽을 수 있다. 영화 트레일러를 보면 공포와 사랑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뽑을 수 있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혼란, 갈등, 헌신 등의 요소들도 볼 수 있다. 키건의 음악은 이와 같은 상황이나 배경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중심 단어의 특징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스트링이나 어쿠스틱 사운드를 이용해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균일한 질감을 유지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각각의 곡들은 저마다의 암시적인 사운드와 묘사..
The Album Leaf - Synchronic (Milan, 2021) 영화 Synchronic의 OST. Jimmy LaValle은 최근 들어 Justin Benson & Aaron Moorhead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추며 이제는 나름의 장르적 특색을 지닌 작곡가로 떠오르는 듯하다. 영화의 Sci-fi 분위기를 따라가듯 음악은 전자-가상 악기들을 활용해 비장한 분위기의 앰비언트와 오케스트레이션을 만들어낸다. 일정한 형식적 페턴에 따라 테마를 달리하며 곡의 구성은 이루어지고 있어 앨범 전체적으로 하나의 균일한 질감과 분위기를 지속한다. 현실적인 사운드와 가상의 소리가 중첩을 이루며 긴장을 담아내는 것은 마치 영화의 내용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표현했다는 느낌도 준다. 예전 지미의 소박했던 스케일에 비하면 확실히 엄청난 변화임은 분명하다. 20210120
Jay Wadley - Driveways (Milan, 2020) 음악만 들어도 어떤 내용의 드라마가 전개될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에 서정적 정서를 반영한 곡들로, 피아노와 현악이 주를 이루는 소규모 협주가 주를 이룬다. 물론 작곡가 제이가 시퀀싱 한 연주지만 영화의 자본 규모를 생각해본다면 크게 문제 될 것도 아니다. 대부분 1분 전후의 짧은 곡들이라 빌드-업 없이 테마만 간략히 전개하는 수준에서 연주가 끝난다. 곡들 사이에는 일정한 구성 패턴들이 존재하고, 때문에 몇몇 트랙에서는 묘한 반복적 기시감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각각의 곡에 기울인 섬세한 조율은 전체적인 호흡을 균일하게 이끌어가는 밀도와 힘으로 드러난다. 몇몇 테마들은 이후 개별 작업을 통해 확장된 형식의 연주로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20210105
Dustin O'Halloran & Volker Bertelmann - Ammonite (Milan, 2020) 각자 자신들의 독립적인 음악 작업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지만 영화 음악 분야에서의 활약 또한 팬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근래의 다작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앨범, 개별 트랙이 지닌 음악적 완성도는 나름 훌륭하다. 특히 최근 들어 둘 사이에 다양한 공동작업을 펼치는 더스틴과 하우슈카의 협업 일부를 감상할 수 있어 특별하다. 이 앨범은 OST라는 특징과 한계가 명확하지만 하나의 독립된 음반 작업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두 작가의 음악적 성향이 잘 반영되어 있다. 고전적 언어를 바탕에 두고 있고 전통적인 실내악적인 근엄한 공간 개념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곡의 구성은 자신들만의 유연한 흐름을 개방하고 있다. 음악만 들어도 영화를 본 것 같으니 이 영화는 본 샘 치자. 20201204
Hildur Guðnadóttir & Jóhann Jóhannsson - Mary Magdalene OST (Milan, 2018) 아이슬란드 첼로 연주자 힐두르 구드나도티르와 작곡가 고 요한 요한손의 OST 앨범. Garth Davis의 영화 내용과 그것이 함의하는 논쟁적 쟁점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다만 영상과 음악의 조화로운 연관을 보여줬다는 점은 기억에 남는다. 올 초, 갑작스럽게 우리와 이별한 요한손이 남긴 유작 중 하나라는 점 역시 이 앨범을 대하는 태도를 더욱 엄숙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구드나도티르와 요한손의 음악적 인연의 시작은 200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여러 편의 공동 작업 외에도 다수의 개별 음반에서도 협업을 이어왔던 돈독함을 유지했다. 물론 여러 편의 영화 음악에서도 공동으로 혹은 협력자로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요한손은 Sicario (2015)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
Ryuichi Sakamoto - Async-Remodels (Milan, 2018) 작년에 발매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2017)에 수록된 곡들을 여러 뮤지션들이 참여해 리믹스한 신보. 2014년 암 진단 소식이 알려진 이후 처음 발매된 작년 작품에서 류이치는 투병 중 자신의 음악에 대한 진솔한 생각들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리와 음악에 대한 근원적인 자기 질문에서 시작하여 신시사이저와 피아노는 물론 필드 리코딩을 활용해 대답에 접근하는 과정을 앨범으로 전해줬다. 5년 만에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반의 발매 이후 사카모토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발표하는데, 가상의 타르코프스키 영화에 대한 사운드 트럭을 콘셉트로 녹음된 앨범의 의미를 살려 자신의 곡을 활용한 뮤직 비디오를 공모하는 한편, 다른 뮤지션들의 손을 거친 재구성 음반의 제작 소식을 전한다. 그 결과물로 세상에 선보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