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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va Noto - This Stolen Country of Mine (NOTON, 2023) Alva Noto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독일 전자음악가 Carsten Nicolai의 OST 앨범. 1965년 분단 독일 동쪽에서 태어난 카르스텐은 정치 및 사회적 격변기 속에서 음악과 미술의 과도기적 순간을 경험하며 이를 음향과 시각적 기호로 환원해 자신만의 예술적 세계관을 완성한다. 유명 뮤지션들과의 여러 협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중에는 고인이 된 Ryuichi Sakamoto와의 놀라운 공동 작업을 포함하기도 한다. 과학적 현상을 시각과 청각적 인식을 통해 표현한 작업을 비롯해, 유명 박물관 및 미술관의 전시를 위한 음악은 물론, 영화를 위한 작곡에서도 남다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Marc Wiese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This Stolen Country of M..
Fionnlagh - Beyond The Void (Archives, 2023) Fionnlagh라는 이름으로 네덜란드에서 활동 중인 영국 전자음악가 Mark Findlay의 앨범. 마크는 지금까지 트랜스, 하우스, 테크노와 같은 감각적인 작업 영역에서 주로 활동을 해오던 중, 자신의 내면을 파고드는 어둠과 불안을 표출하기 위해 피언라그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음악을 발표하게 된다. 2020년대 이후부터 Ambientologist 레이블에서 일련의 싱글 발표로 시작한 피언라그의 작업은, 공교롭게도 감염병 대유행과 맞물려 있으며, 실제로 상당수의 곡 제목은 현실을 암시하는 듯한 절망과 희망을 담고 있다. 피언라그의 개별 작업을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첫 데뷔 앨범은 What Came Before (2021)라는 타이틀로 발매했으며, 우울한 정서적 톤의 신서사이저로 연출한 사운드의 중첩..
Jeremiah Fraites & Taylor Deupree - Northern: Redux (Mercury KX, 2023) 미국 출신 피아니스트 Jeremiah Fraites와 전자음악가 Taylor Deupree의 협업 앨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제레미아는 2001년 형의 사망 이후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형의 친구인 Wesley Schultz와 함께 연주를 시작하며 The Lumineers를 결성했고, 그 명맥은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오랜 기간 준비했던 피아노 솔로 작업을 최근에 발매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적 스타일에 담긴 풍부한 정서적 반영은 물론, 인상적인 톤 사운드로 새롭게 주목받기도 한다. 12K 레이블의 설립자이자 엔지니어이며 사진 및 디자인 분야의 예술가이기도 한 테일러는 1990년대 말부터, 주류 전자음악의 변방에서, 마치 소리로 고독을 탐구하는 듯한 일련의 작품을 선보이..
Giovanni Di Domenico - Succo di formiche (Unseen Worlds, 2023) 벨기에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피아노/키보드 연주자 Giovanni Di Domenico의 앨범. 1977년 로마에서 태어난 지오반니는 토목기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10살이 되기 전까지는 리비아, 카메룬, 알제리 등 주로 아프리카 지역을 옮겨 다니며 생활했고, 이후 자국에서 정치적 격변과 문화적 저항을 온몸으로 체험하며 24세까지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1년 네덜란드 Koninklijke Conservatorium에 입학해 재즈 피아노를 전공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경험은 새롭게 변화하는 유럽의 환경 속에서 보다 통합적인 문화적 사고를 개방했다고 한다. 실제로 지오반니의 음악은 복합 장르적인 특징을 지니며, 전통의 맥락에서 진행한 프리 재즈는 물론 현대적인 해체를 다루는 ..
Aki Rissanen - Hyperreal (Edition, 2023) 핀란드 피아노/키보드 연주자 겸 작곡가 Aki Rissanen의 새로운 트리오 프로젝트 Hyperreal의 앨범. 아키의 음악에 매번 주목하게 되는 것은, 재즈가 지닌 언어와 그 표현의 확장성을 그보다 더 극적으로 활용하는 뮤지션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양식의 피아노 트리오 작업에서도 오소독스한 접근에서부터 아방가르드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니며, 공간의 자율성과 집합적 합의를 아우르는 유연함으로 연출하는 다이내믹 속에 노르딕 특유의 감성까지 더한 독특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솔로 작업에서는, 단순히 주변 여러 장르와의 다양한 연관과 경계의 확장을 다루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접근을 통해 그 표현을 구체화하는 치밀함을 포함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트럼펫 Verneri Po..
Shedir - Before the Last Light is Blown (n5MD, 2023) Shedir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Martina Betti의 앨범. 2017년, 다크 앰비언트 계열에서는 긴 역사와 영향력을 자랑하는 Cyclic Law 레이블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출신 신인 뮤지션의 풀-랭스 앨범을 발매한다. 평단과 대중의 콘 호평과는 달리, 정작 앨범을 발표한 셰디르에 대해서는 참고할 만한 그 어떤 정보도 알려지지 않았으며, 3년 간격으로 선보이는 정규 녹음 외에는 특별한 개인 활동이나 협업조차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데뷔 앨범 Falling Time (2017)에 이어 3년 만에 선보인 Finite Infinity (2020)에서도, 마르티나는 자신만의 어둡고 고요한 음악적 세계관을 펼쳐 보인다. 그녀의 음악은 다크..
Stefano Guzzetti - Letters from Nowhere: Piano Book Volume Three (Home Normal, 2023)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Stefano Guzzetti의 앨범. 데뷔 이후 지난 10년 동안 스테파노가 보여준 성과는, 지금까지 그가 축적한 많은 경험과 경력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유명 레이블에 곡을 기고하기도 하고, 유명 뮤지션과의 협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여러 굵직한 행사에 초대되어 연주와 음악을 선보이는가 하면,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에 참여하는 등, 현재에도 그의 활동 폭은 차츰 넓어지고 있다. 당연히 스테파노의 음악에도 변화와 발전이 있었으며, 음악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소박한 피아노 솔로가 주를 이루던 초기의 연주에서, 여러 주변 악기들과의 협연을 통해 공간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번 앨범과 동시에 발표한 Four Movements for Strings..
Gregory Paul Mineeff - You Alone (Cosmicleaf, 2023) 오스트레일리아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겸 작곡가 Gregory Paul Mineeff의 앨범. 그레고리는 2010년대 말에 데뷔하여 TV, 영화, 무대를 위한 음악을 작곡했고, 자신의 개인 작업 또한 매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뮤지션이다. 피아노와 기타를 비롯해 여러 연주 악기의 기악적 요소를 활용하여 일렉트로닉, 모던 클래시컬, 엠비언트 등의 장르적 특성을 통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정서적 분위기를 반영한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Cosmicleaf를 통해 발매하는 그의 작업들은 레이블이 지향하는 음악적 성격과 일치하며, 음반사와 나름 일체감 있는 정서적 감각을 공유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그레고리가 선보인 여러 앨범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개별적 특징을 강조하기보다는,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로 포괄할..
Tom Hodge - Name Me Lawand (Left Out, 2023) 영국 작곡가 Tom Hodge의 영화 음악 앨범. 피아니스트이자 클라리넷 연주자인 톰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성 속에서 꾸준한 작업을 펼치며, Max Cooper, Floex, Franz Kirmann 등과 정기적인 협업을 통해 인상적인 성과를 남기기도 했고, 최근에는 Ollie Howell, Ciaran Morahan와 함께 Collisions 프로젝트를 결성해 새로운 음악적 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톰은 이와 같은 개인 창작은 물론 무용이나 광고를 포함해 영화와 TV 드라마 등의 분야에서도 인상적인 기여를 한 작곡가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최근 영국에서 공식 개봉했고,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Edward Lovelace 감독의 다큐멘터리 Name Me Lawand (2023)의 ..
Penguin Cafe - Rain Before Seven… (Erased Tapes, 2023) 영국 작곡가 겸 뮤지션 Arthur Jeffes가 이끄는 Penguin Cafe의 앨범. 1997년 Simon Jeffes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지 10년 후인 2007년, 그의 아들 아서는 아버지의 음악적 유산인 Penguin Cafe Orchestra의 성과를 되돌아보기 위한 기념 연주회를 개최한다. 10주기 추모 공연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 고무된 아서는, 당시 여러 그룹에서 활동 중이던 재능 있는 여러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밴드의 라인-업을 정비하고, 자신이 작곡한 새로운 곡을 더해 2009년 Penguin Cafe를 정식 출범하게 된다. 다양한 연주 악기의 편성을 통해 오케스트레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풍부하면서도 실험적인 사운드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색감과 여러 감정도 함께 담아내는 듯한 ..
ILUITEQ - Reflections Revisited (n5MD, 2023)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Sergio Calzoni와 Andrea Bellucci의 프로젝트 듀오 ILUITEQ에 대한 리믹스 컴필레이션. 세르지오와 안드레아의 협업은 단순한 음악적 시너지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서서히 일루이텍이라는 창의적 브랜드로 발전한다는 인상을 준다.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경향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프로젝트 안에서는 일루이텍만의 고유한 표현이 발현되며, 이들이 전하는 음악적 경험은 유니크함을 포함한다.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로 포괄할 수 있는 수많은 접점 속에서도 이들이 택하는 접근과 전략은 무척 신중하고 섬세하며, 동시에 온전한 미적 완성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예술적인 감각과 기술적인 재능이 더해진 세르지오와 안드레아의 협업은 풍부한 음악적 요소의 활용에서 ..
Brian Blade & The Fellowship Band - Kings Highway (Stoner Hill, 2023) 미국 드러머 Brian Blade가 이끄는 The Fellowship Band의 앨범. 미국 재즈의 역사를 대표하는 수많은 뮤지션들의 사이드맨으로, 수많은 공동 작업의 참여자로 브라이언이 기여한 음악적 성과는, 지난 30여 년 재즈 역사에서 중요한 축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설급 뮤지션들의 드러머로서뿐만 아니라, 자신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들과의 호흡을 통해, 브라이언은 시대를 대표하는 여러 명작들에 함께 이름을 올리며, 재즈 드럼에서는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로 자리하게 된다. 브라이언은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작곡은 물론 밴드 리더로서의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데뷔작 Brian Blade Fellowship (1998)은 뮤지션으로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한..
Tom Ashbrook - Nocturnes (The Other Songs, 2023) 영국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Tom Ashbrook의 앨범. 톰의 음악은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클래식 피아노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클래시컬 계열의 경향적 특징을 지니며, 특유의 시네마틱한 감성과 고유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만의 내밀한 음악적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음악적 내밀함은 통상적인 표현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의 사운드와 요소를 유연하게 수용하며, 자신의 음악이 지닌 확장성을 개방한다. 모던 클래시컬,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등의 다양한 유형적 특징이 조합을 이루고 있으며, 하나의 경향성에 수렴하는 균일함을 보여주는 대신, 때로는 각 장르가 지닌 특징을 개방하여, 톰의 음악은 마치 양식의 다양성으로 표출되는 듯한 풍부한 표현을 보여준다. 하나의 응집된 표현 안에서 발현되는 다면..
Gabríel Ólafs - Lullabies for Piano and Cello (Decca, 2023)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Gabríel Ólafs의 앨범. 가브리엘은 10대 중반부터 관중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20세가 되기 전에 이미 자신의 앨범을 발매하며 대중적인 호평과 관심을 집중시켰으며, Decca와 같은 메이저와의 계약이 증명하듯이, 현재 모던 클래시컬 음악 씬의 촉망받는 신예 중 한 명이다. 연주와 작곡은 물론 작품과 여러 활동을 통해서도 주변 뮤지션들과 폭넓은 관계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최근 들어 여러 음악가들의 인상적인 성과를 함께 작업한 Reykjavík Recording Orchestra의 설립 멤버 중 한 명이라고 전해지며, 가브리엘의 전작 Solon Islandus (2022)에서는 오케스트라 협연의 결과를 반영하기도 한다. 깊이 있고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멜..
Uriel Herman - Different Eyes (Ubuntu, 2023) 이스라엘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Uriel Herman의 앨범. 1987년생인 우리엘은 작곡과 피아노를 전공했고, 2010년대 초부터 솔로와 쿼텟 등의 활동을 통해 연주자로서 이름을 서서히 알리게 된다. 특히 2014년에 결성한 그의 쿼텟은 2018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무대를 통해 커리어를 축적하는 한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최근에는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재즈 쿼텟의 협연을 위한 음악은 물론 사운드트랙 등을 통해 작곡가로서의 역량도 확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엘의 음악은 클래식 교육을 바탕으로 하는 정교한 구성과 클레즈머의 멜로디와 스케일을 활용한 이국적인 내용을, 재즈의 즉흥적 모티브의 활용을 통해 확장..
Soft Machine - Other Doors (Dyad, 2023) 영국 재즈-록 그룹 Soft Machine의 앨범. 1960년대 말 영국, 세계 대전 이후 보수화된 정치적 분위기와 냉전의 질서가 강요하는 시대적 공포는 새로운 저항의 양식을 잉태했으며, 이는 전문가 혹은 지식인을 중심으로 하는 발언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각자 자신들이 속한 집단의 실천을 통해 구체화한다. 때로는 목적의식을 지닌 행동일 수도 있고, 혹은 시대상을 반영한 자생적인 욕망의 표출일 수도 있겠지만, 음악 또한 자신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뮤지션과 새로운 장르적 표현이 탄생하게 된다. SM의 출발 또한 이와 같은 당시의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1966년에 결성한 SM은 수많은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도 현재까지 그 명맥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60여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