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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olo Fresu & Uri Caine - Two Minuettos (Live in Milano) (Tǔk Music, 2017) 이탈리아 트럼펫 연주자 파올로 프레주와 미국 피아노 연주자 유리 케인의 Teatro dell'Elfo 실황을 담고 있는 듀엣 신보.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이들 두 뮤지션의 공동 작업들이 선보였고, 발표했던 앨범들 마다 호평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번 레코딩은 라이브라는 환경 속에서 진행된 연주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는 다른 의미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간혹 부트랙을 통해 이들의 공연 실황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프레주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앨범 발매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이들의 정식 라이브 레코딩은 처음이다. Things (2006)와 Think (2009)에서 이 둘은 어떻게 듀엣의 공간을 정의하고 활용하는지에 대해 선보였는데, 공연이라는 조건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듀엣에..
Manos Milonakis - Festen (Moderna, 2017) 그리스의 작곡가 마노스 밀로나키스의 세번 째 솔로 앨범. George Papadopoulos와 듀엣으로 결성한 그룹 Your Hand in Mine에서는 주로 다양한 악기들을 이용한 민속적 소재의 연주를 들려줬다면 최근 몇 년 전부터 시작한 마노스의 솔로 활동에서는 현악에 기반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영상과 미디어 관련 분야의 음악 작곡을 주로 하는데 이번 앨범은 Thomas Vinterberg의 영화 Festen (국내에서는 The Celebration으로 알려짐)을 연극용으로 각색한 무대 음악을 수록하고 있다. 빈터베르그는 이 영화에서 현장의 실재가 영화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원칙에 따라 현장음 이외의 인위적 사운드의 사용을 배격했다. 물론 감독은 다음 영화에서 이..
Black Flak and the Nightmare Fighters - Once We Knew The World Well (self-released, 2017) 미국 유타주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신예 포스트-록 그룹 BFatNF의 데뷔 앨범. McKay Green & Sean Murphy (g), Dan Ibarra (b), Dallin Hunt (ds) 등 네 명의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이 그룹은 2015년 크리스마스에 결성되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포스팅한 사진을 보면 영락 없는 개러지밴드 지만 이 앨범에 담겨 있는 음악들은 포스트-록 계열의 대표적인 그룹들이 이룬 음악적 성취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연주가 만들어 내는 사운드의 섬세한 텍스쳐는 물론 앨범 전체를 통해 자신들이 담고자 했던 메시지를 음악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는데 있어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들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러한 메시지와..
The Echelon Effect - Signals (self-released, 2017) 영국 출신 David Walters의 프로젝트 그룹 디 에셜론 이펙트의 신보. 2009년 데스크 탑 컴퓨터로 제작한 음원들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자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여 매년 엄청난 분량의 정규 앨범과 EP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이후 Sierra (EP, 2014)를 마지막으로 디 에셜론 이펙트의 활동은 잠시 휴지기를 갖지만 Aaron Gilbert와 Random Forest라는 그룹을 결성해 4장의 EP를 발표한다. 이번 앨범은 디 에셜론 이펙트의 이름으로 3년만에 발매한 풀 타임 정규 일곱 번째 앨범다. 일렉트로닉에 기반한 앰비언트적 베이스를 바탕에 두고 있으면서도 포스트-록적인 표현들을 활용해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선보였던 월터스는 이번 앨범에서도 자신만의 직관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Colin Vallon - Danse (ECM, 2017) 콜랭 발롱 트리오의 세 번째 ECM 앨범. 이번 앨범에서도 전작과 같이Julian Sartorius (ds)와 Patrice Moret (b)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발롱은 ECM 데뷔 이후 피아노 트리오에 대한 새로운 공간 구성을 선보이며 그 표현의 음악적 내밀함을 강조해왔다. 이번 앨범 역시 Rruga (2011)와 Le Vent (2014)의 연장 속에서 살펴볼 여지가 충분하다. 임프로바이징을 중심으로 한 진행이나 표현의 추상적 전개에 관심을 보였던 ECM 이전의 스타일과는 달리 레이블 데뷔 이후 발롱은 트리오라는 구성적 공간의 균형, 그리고 그 안에서의 텐션 및 변화의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 미니멀하지만 디테일하고 고요하지만 긴장감이 감도는 음악적 표현은 발롱 트리오만의 고유한 음악적 텍스쳐와 분위..
Roscoe Mitchell - Bells For The South Side (ECM, 2017) 1940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 로스코 미첼의 신보. ECM에서는 7년만에 발매하는 앨범이며 Art Ensemble of Chicago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40년 가까운 시간을 레이블과 함께하는 셈이다. 현대음악총서라는 레이블의 위상이 확립되기까지 미첼과 같은 뮤지션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반대로 AACM과 같은 창조적 뮤지션들의 진보가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에 ECM은 어떤 지원을 제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상 무의미할 듯 싶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일군의 뮤지션들에 의해 시카고 남부에서 태동했던 정치적 음악 활동이 유럽인들의 공감을 얻으며 많은 청자들에 의해 중요한 음악적 저항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연주자들과 레이블의 유대는 견고했다는 사실이고, 40여년이 지난 오늘 날까지 ..
Steve Gibbs - Adrift (Injazero, 2017) 영국 출신 작곡가 스티브 깁스의 재발매 앨범. 이 앨범은 이미 3년 전에 발매되었던 깁스의 데뷔작으로 신생 Injazero 레이블에서 리마스터링을 거친 후, 2개의 신곡을 추가하면서 곡 순서를 재배열하고 앨범 커버까지 새롭게 교체해서 얼마 전 재발매 했다. Cyrus Reynolds와의 공동 작업 In Passing (EP, 2013)은 다섯 곡 19분에 불과한 짧은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주요 뮤지션들로부터 엄청난 극찬을 받았으며 일반인들에게도 그의 이름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듬 해에 발매된 이 앨범은 깁스의 입지를 다지는 역할을 했지만, 아쉽게도 이후 영화와 광고 분야의 작업 이외에는 별다른 개인적인 음악 활동을 이어가지 않았다. 2014년에 발매된 앨범의 ..
LTO - Storybook (Injazero, 2017) 영국의 작곡가 Stephen Packe의 솔로 프로젝트 LTO의 신보. 2010년대 2년 남짓한 활동을 끝으로 해산했던 Old Apparatus의 멤버 중 한 명으로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던 스티븐은 LTO의 이름으로 No Pasa Nada (EP, 2015)와 The Number From Which All Things Come (2016)를 발표하며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선보인다. 비정형적인 드럼 비트와 노이즈 이펙트, 텍스쳐가 상이한 사운드 등을 서로 대립시켜 혼란스러우면서도 균형감이 느껴지는 오묘한 앰비언트 스타일을 시도했다. 앞선 그의 음악 전력에 비춰 본다면 이번 앨범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기계음이 만드는 낯선 효과와 사운드가 서로..
Hans-Joachim Roedelius & Arnold Kasar - Einfluss (Deutsche Grammophon, 2017) 크라우트록의 개척자들 중 한 사람이며 1934년 생인 한스-요하임 뢰델리우스와 30대의 젊은 피아니스트 겸 제작자 아널드 카사의 듀엣 앨범. 두 사람은 베를린 출신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음악적 배경과 활동 내용에서 공통점을 쉽게 찾기 힘들다. 하지만 베를린 출신이라는 점은 음악적 연대를 위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세계대전 전후 패망 독일의 분단된 수도에 태어나고 자란 음악가들이 실존적 의미에서의 생존을 위해 선택한 자생적 전략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사운드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전위적인 형식의 실험적인 음악이 탄생하고, 현실의 고통을 망각하게 하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이 반영된 전자 음악이 출현한다. 60년대 말 반전반핵 운동을 계기로 확산된 록 음악조차 베를린의 뮤지션들은 일렉트로닉과 아방가르..
Francois Couturier & Tarkovsky Quartet - Nuit Blanche (ECM, 2017)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쿠투리에가 타르코프스키 쿼텟 명의로 발표한 세 번째 ECM 앨범. 6년만에 쿼텟으로 발매된 이번 레코딩에서도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Anja Lechner (violoncello), Jean-Marc Larche (ss), Jean-Louis Matinier (accrd)가 함께하고 있다. Nostalghia - Song for Tarkovsky (2006)에서 타르코프스키 감독에 대한 음악적 헌정에서 출발한 쿼텟은 10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러시아 감독의 이름을 떠올리고 있다. 감독의 영화에서 음악은 일상에 존재하는 소리처럼 여겨졌지만, 그것은 영화 속 음악의 역할을 상대화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극중 역할을 담당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불연속성과 ..
Bosques de Mi Mente - Madre (self-released, 2017) 스페인 출신 작곡가 겸 연주가 Ignacio Nieto Carvajal의 프로젝트 활동 보스케스 데 미 멘테의 신보. 마음의 숲이라는 뜻의 프로젝트 활동을 시작한 것도 벌써 10년째다. 이와 같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솔로 활동들 다수가 그러하듯 이그나시오 역시 개인의 정서와 감정에 의지한 음악적 표출이 특징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문장으로 된 곡의 제목들을 통해 작가 자신의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내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히려 일정한 관객의 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때문에 최근 몇 년 사이에 발표된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미학이 아닌 심리분석의 영역에서 대상화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박을 요구 받기도 한다. 이러한 주관적 의식의 표출이라는 이그나시오의..
Rick Wakeman - Piano Portraits (Universal, 2017) 레전드 록 그룹 Strawbs와 Yes의 키보드 연주자 릭 웨이크먼의 피아노 솔로 앨범. 공연 중에 종종 키보드 솔로로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준 적은 있지만 Steinway 한 대에 온전히 자신의 연주를 담아낸 예는 흔치 않다. David Bowie를 추모하기 위한 라디오 연주 이후 암퇴치 자선 모금 목적의 싱글 발표가 계기가 되어 이번 앨범이 기획되었다고 한다.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는 웨이크먼이 웬 경음악인가 싶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귀에 걸고 다녔던 친숙한 음악들이 하나 둘 이어지고, 이 곡들을 처음 접했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떠올리게 된다. 내가 내 아들 나이었던 중학생 시절, 간편한 스트리밍으로 원하는 노래를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지금과 달리, 명동과 청계천까지 달려..
Yazz Ahmed - La Saboteuse (Naim, 2017) 영국에서 활동 중인 바레인 출신 여성 트럼펫 연주자 야즈 아메드의 두 번째 앨범. 바레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국인 어머니의 고향으로 이주해 트럼펫 연주자였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악기를 배우게 됐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성장과 관련된 배경과 이력은 고스란히 자신의 음악 속에 묻어나 있다. 에스닉 계열 월드 퓨전 스타일의 재즈는 이미 다수의 뮤지션들에 의해 소개되었고 나름의 음악적 성과를 이룬 예도 많기 때문에 아메드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특별한 부연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다만 유사한 에스틱 계열의 재즈 뮤지션들 중 아메드를 특징지을 수 있는 고유한 음악적 표현이 무엇인지는 언급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전작 Finding My Way Home (2011)에서 에스닉한 발성의 다양성에 주목하고 이를 드..
Dan Caine & Musicformessier - Timelessness (Fluttery, 2017) 영국의 Dan Caine과 Musicformessier 및 Black Hill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헝가리 출신 István Csarnogurszky의 컬래버레이션 앨범. 이 둘은 기타리스트라는 공통점 외에도 포스트-록 계열의 음악을 주로 선보였다는 장르적 특징도 공유하고 있다. 포스트-록의 폭 넓은 경향성과 음악적 스펙트럼 속에서도 이들은 차분한 앰비언트적인 분위기와 슈게이즈가 연상되는 관조적인 기타 톤을 지니고 있다는 음악적 특징 또한 유사하다. 때문에 이 둘의 음악적 협업은 기존 이들이 각자 선보였던 음악 작업의 연장 속에서도 쉽게 유추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또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제 관심은 너무나도 닮은 이들 두 뮤지션이 어떤 방식으로 공동 작업을 수행하고 그 시너지를 음악적..
Verneri Pohjola - Pekka (Edition, 2017) 핀란드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베르네리 포욜라의 신보. 전작 Bullhorn (2015)에서는 전통적인 쿼텟 형식에 게스트들을 참여시킨 포스트-밥과 컨템포러리 계열의 음악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퀸텟 포멧에 예전과는 다른 느낌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베르네리는 마치 육말칠초 시기에 활성화된 다양한 음악적 분화에 대한 자신만의 인덱스 작업을 하기라도 하듯 재즈-록, 프로그레시브 록, 사이키델릭 등의 요소들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모티브는 앨범 타이틀 Pekka에 있다. 여기서 페카는 개임 케릭터가 아닌 70년대 초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Wigwam의 초창기 멤버였으며 이후 재즈-록에 기반한 프로그레시브의 실험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던 Pekka Pohjola를 지칭하는 것으로 베르..
Tom Hobden & Eliot James - Present: Roam (Village Green, 2017)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톰 호브던과 프로듀서 겸 뮤지션 엘리엇 제임스의 공동 작업 앨범. 모던 클래시컬과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의 독립 레이블인 빌리지 그린은 유사한 다른 음반사들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적 지향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단순한 음악적 경향성의 집합이 아니라 현대 고전 음악의 연장 속에서 네오 클래식이나 전자 음악을 사고 하고 있으며 그 연관성이 분명한 특징을 지닌 음반들을 주로 발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브던과 제임스의 이번 앨범은 레이블의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의외의 곳에서 시작되었다. 호브던이 멤버로 활동 했던 인디 록 그룹 Noah and the Whale의 데뷔 앨범을 제임스가 제작 및 엔지니어링을 맡았고, 이후 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