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활동 중인 뮤지션 Dennis Huddleston의 앰비언트 프로젝트 36의 신보. 51분을 넘기는 러닝타임이지만 데니스는 이를 EP로 명명하고 있다. 실제로 앨범은 6개의 트랙을 담은 30분 분량의 한정판 테이프로 제작되었지만 이후 "Versions"라고 명명된 리믹스 버전 5개를 더해 지금의 디지털 버전으로 발매되었다. 데니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음반은 연말에 발표할 정식 앨범의 서막 성격으로, 사이버 펑크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소외와 현실 도피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한다. 전자음악에서 자신의 출발점을 발견했지만 2009년 36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데니스 음악은 테마를 담고 있는 미니멀한 멜로디와 반복된 루프의 관계에 기반을 둔 시퀀스의 전개를 핵심으로 한다. 데뷔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36 음악의 이와 같은 특징은 전자음악의 유연함과 확장 가능성을 자신의 언어로 발전시켜 고유한 앰비언트로 구체화한 것으로,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면모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 + 1 패키지처럼 원곡과 리믹스 두 가지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어, 36 음악의 특징들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음악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구체성을 획득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텍스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즉, 원곡과 리믹스의 단순한 대당뿐만 아니라, 오리지널들 전체는 어떤 음악적 일관성으로 단일한 테마를 구성하는지, 또한 이본 전체는 원본들과 어떤 거리와 공간 속에서 자신을 반영으로 인식하는지 등을 살펴보면 뜻밖의 재미를 이번 앨범에서 경험할 수 있다. 원곡에서는 피아노에 기반을 둔 반복된 루프가 전자 효과로 만들어진 사운드 스케이프와 긴장을 이루는 관계라면, 리믹스 버전에서는 마치 내리는 비에 테마가 씻겨 내려가 소멸하고 주변의 대기만 남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묘사적이며 때로는 표제적인 성격을 강하게 담고 있는 개별 곡들이지만 앨범 전체는 마치 하나의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예고편인 셈이다.


2018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