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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yumi Tanaka Trio - Subaqueous Silence (ECM, 2021)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일본 피아니스트 Ayumi Tanaka의 트리오 앨범. 우리에게는 Thomas Strønen과의 활동을 통해 아유미의 연주를 접해왔기 때문에 그녀의 이름은 그리 낯설지는 않다. 토마스와의 협연을 통해 그녀는 주로 공간적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독특한 재능을 선보이며 인터플레이의 개념을 단순한 연주의 상호집합이 아닌 그 과정에서의 공시성과 통시성을 함께 염두에 둔 일련의 흐름으로 인식하는 듯한 모습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번 트리오 앨범은 마치 그와 같은 개념을 더욱더 추상화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여 고전적인 트리오의 포맷을 통해 재현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그녀의 ECM 첫 리드 작인 이번 앨범은 이전 트리오 타이틀인 Memento (2016)와 동일한 베이스 Christian Meaas Svendsen과 드럼 Per Oddvar Johansen이 참여하고 있지만, 전작과는 미묘하게 다른 접근과 내용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들은 10여 년 전 아유미가 처음 오슬로에 도착했을 무렵부터 함께 교류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지금까지 꾸준히 자신들의 즉흥적 표현을 함축적인 프레이즈로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접근을 연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전작에서 보여준 실험적인 표현들이 이번 작업에서 더욱 추상화된 함의로 축약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한 목적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생각과 더불어, 토마스 등과의 협연을 통해 확인된 인터플레이에 대한 접근을 트리오의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현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와 같은 연주가 요소들 사이의 조화와 상징적 회화성을 강조한 일본식 정원이 연상된다는 점이다. 프레이즈 하나하나에서 보여주는 함축적이고 추상적 표현은 마치 주변 자연을 상징화한 정원의 다양한 요소처럼 느껴지고 인터플레이를 진행 속에서의 관계라기보다는 일종의 배열처럼 구성한 접근은 정신적인 이상향을 평면 공간 속에 실현하려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트리오는 앙상블의 균형과 조화에 강한 집착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와 같은 음악적 목적의식이 묘한 긴장을 유발한다. 연주자들 사이의 텐션이 전달된다기보다는 음악을 듣는 행위 그 자체를 통해 긴장을 경험하기는 오랜만이다. 그 긴장의 공간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 사운드 그 자체에 대한 만족감은 뛰어나다.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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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omas Strønen, Ayumi Tanaka, Marthe Lea - Bayou (ECM,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