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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Billy Hart Quartet – One Is the Other (ECM, 2014)


칠순 노장 드러머 빌리 하트의 2014년 신보이자 ECM에서의 두 번째 타이틀. 2012년에 ECM의 첫 앨범 발표 소식을 접했을 때 혹시 동명 이인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 빌리가 이 빌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찰스 로이드, 베니 머핀, 보보 스텐손 등의 ECM 앨범들에서 오래 전부터 그가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잡설은 여기서 그만 접어두고.. 이번 앨범은 그의 전작 All Our Reasons (2012)에 참여했던 Mark Turner, Ben Street, Ethan Iverson 등이 그대로 함께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앨범의 성격 역시 2012년 레코딩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밥과 포스트-밥의 언어를 기본으로 하는 여느 아메리칸 스타일의 모던 크리에이티브 계열의 음악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여기에 전통적인 스케일 위에 세밀하게 조율되는 피아노와 테너의 프레이즈, 세밀하게 공간의 폭을 제한하며 진행을 이끌어가는 드럼 등은 ECM의 전체적인 분위기와도 잘 조율되고 있다. 마크 터너의 연주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그가 ECM의 Fly Trio 타이틀들을 통해 보여줬던 자율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빌리가 예전에 함께했던 찰스 로이드가 연상되는 대목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기존 찰스 로이드에게 조금 더 사색적인 분위기와 진지한 태도를 주문한다면 지금의 마크 터너가 되지 않을까 싶은 느낌도 든다. 그만큼 리더의 통제가 지배력을 발휘한 앨범이고 프로듀서의 조율이 힘을 발휘한 레코딩이기도 하다. 차분한 듯 하면서도 끊임 없이 긴장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2014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