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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David Six - Dance with the Ghosts Quartet (Session Work, 2023)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David Six의 Dance with the Ghosts 프로젝트 중 쿼텟 앨범.

 

1985년생인 데이비드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연주한 것으로 밝혔지만 대학에서 철학과 생태 공학을 공부했고, 뒤늦게 피아노와 재즈를 전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럽과 미국의 여러 유명 뮤지션들과의 세션과 협연은 물론, Radikalinsky와 같은 즉흥 연주 집단의 일원이면서 André de Ridder가 이끄는 현대 음악 앙상블 Stargaze Orchestra에도 참여하는가 하면, 현대 무용을 위한 음악을 비롯해 영화 음악에서도 수상 경력이 있는 등, 연주와 작곡 분야에서 폭넓은 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시에 데이비드는 자신의 솔로와 듀엣 작업을 비롯해 David Six' Matador와 같은 그룹을 결성하며, 개인 활동 또한 꾸준히 펼치고 있다. 특히 솔로 앨범 In The Rosewood Forrest (2014)는 작곡 및 연주자로서의 재능뿐만 아니라, 소리와 공간을 이미지너리 하게 완성하는 데이비드의 예술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통상적인 피아노 솔로 녹음과는 다른 인상적인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Dance with the Ghosts로 이름 붙인 3부작 프로젝트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쿼텟 녹음을 담고 있다. 19세기 유럽 산업화 이후 ‘유령’이라는 메타포가 지닌 정치 사회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번 작업 또한 현재 당면한 현실의 문제에 대한 데이비드 나름의 음악적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난민 상황을 다룬 싱글 “Moria” (2020) 이후, 정치 사회적 고민을 이어온 데이비드는 음악적 언어로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의 일환으로 현재의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앨범 제작비는 물론 관련 단체에 대한 지원 방법을 구체화한다. DwtG의 첫 번째는 작업은 트럼펫 Mario Rom, 베이스 Beate Wiesinger, 드럼 Lukas König 등이 참여한 재즈 쿼텟 형식으로 녹음했고, 9월 발매 예정인 두 번째는 Chamber Sextet, 11월로 예고한 마지막은 여러 명의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Soloist로 기획되어 있다. 정치적인 내용을 떠나 이번 3부작 프로젝트만 보더라도 데이비드의 폭넓은 음악적 특징은 물론 의지까지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도 데이비드 특유의 음악적 엄격함은 큰 특징을 이룬다. 전통적인 재즈 쿼텟의 형식을 지니면서도, 정교한 앙상블의 규범의 입각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으며, 개별 솔로 공간의 활용 또한 다분히 구성의 엄밀함에 입각한 정교함을 따르고 있다. 작곡을 통해 실현하는 이와 같은 엄격함은 개별 악기별 이루는 대위적 연관은 물론, 진행에서의 각 음의 강약을 포함한 사운드의 톤까지 조율하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높은 음역대의 트럼펫 프레이즈가 진행되는 동안 중저역의 밀도를 조율하여 극적인 흐름을 완성하는가 하면, 반대로 공간의 밀도 차이에 따라 트럼펫의 텍스쳐 또한 다르게 연출하기도 한다. 심지어 드럼세트 각 구성의 개별 사운드의 울림조차, 솔로와 앙상블의 공간에서 미묘하지만 확연하게 달라지는 퍼커션의 사운드 특성을 포함하며, 베이스의 경우에도 곡의 성격이나 진행에 따른 텍스쳐의 변화는 물론 다른 부피와 무게로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앙상블 속에서 이는 하나의 응집된 효과로 실현되어, 피아노와 스네어의 브러시가 리버브 속에서 이루는 배음을 통해 공기의 독특한 텍스처를 연출하는 등의 디테일을 완성한다. 이와 같은 섬세함은 심지어 개별 영역의 자율성을 확장하여 매시브 한 집합적 표현이 표출되는 공간에서도 정교한 사운드의 조율이 눈에 들어온다. 또한 사운드의 위상을 정교하게 배열하여 공간의 이미지를 보다 풍부하게 구성하는가 하면, 공간계 이펙트의 세밀한 활용을 통해 개별 사운드가 곡에서 지닌 역할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여기에 각 악기의 섬세함이 더해지며 개별 연주가 지닌 상징적 의미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한다.

 

부분적으로 전자 음향과 그 효과를 도입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개별 연주 악기의 섬세함을 통해 음악적 재현을 이룬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때문에 개별 연주자의 기량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이 또한 각 뮤지션의 개인 역량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실현할 수 없는 앙상블을 조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처럼 작곡의 의도에 충실한 재현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연주를 통해 담고자 하는 메시지도 선명하게 부각할 수 있었으며, 온전한 음악적 구성을 통한 미적 실현 또한 가능했다는 생각이다. 엄격함이 제공하는 의외의 음악적 몰입과 감흥을 경험할 수 있는 작업으로, 이후에 선보일 체임버와 솔로이스트 프로젝트를 기다려야 하는 충분한 이유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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