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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Emmanuel Lerouge, Nicolas Prost, Cedric Cyprien - Circle (iMD-Labarraque, 2021)

프랑스 키보드 연주자 Emmanuel Lerouge, 색소폰 Nicolas Prost, 퍼커션 Cédric Cyprien의 트리오 앨범. 이 앨범은 에마누엘과 니콜라스가 듀엣으로 선보였던 ONYX Experience 프로젝트의 확장판 같은 인상을 준다. 클래식과 재즈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장르가 지닌 개방적 성격에 주목하고 그 표현을 확장하여 그 경계에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수용하는 과감함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에마누엘이 주목한 것은 기존의 고전적인 키보드 외에도 일렉트로닉 시퀀싱의 활용으로, 이는 니콜라스의 이펙트가 걸린 관악기의 에어리 한 음색과 조화를 이루며 유니크한 표현을 완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운드 자체는 7-80년대의 몽환적 사이키델릭을 감각적으로 복원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 동시에 인터플레이와 임프로바이징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이 강하게 통용되고 있어 다분히 고전적이라는 느낌도 들게 한다. DAW에서 만들어진 스텝 시퀀싱의 단조로운 리듬 패턴 보완하는 세드리크의 퍼커션은 이들의 음악을 보다 탄력 있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감각적 그루브를 부여하는 감미료 같은 역할을 한다. 프로그래밍으로 대체 가능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아니라 현재의 사운드 조건에서는 이들의 음악적 완성도를 한층 높여주는 요소로 봐도 무방하다. 이들 전자 사운드가 매력적으로 들리는 이유가 에마누엘의 시퀀싱이 훌륭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반대로 많은 빈틈이 보이고 이 점이 묘하게 레트로 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인데, 그 빈 공간을 퍼커션이 채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완성도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이 존재하지만, 일상적인 표현과 다른 특색을 지녀 나름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1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