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Hildur Guðnadóttir & Jóhann Jóhannsson - Mary Magdalene OST (Milan, 2018)


아이슬란드 첼로 연주자 힐두르 구드나도티르와 작곡가 고 요한 요한손의 OST 앨범. Garth Davis의 영화 내용과 그것이 함의하는 논쟁적 쟁점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다만 영상과 음악의 조화로운 연관을 보여줬다는 점은 기억에 남는다. 올 초, 갑작스럽게 우리와 이별한 요한손이 남긴 유작 중 하나라는 점 역시 이 앨범을 대하는 태도를 더욱 엄숙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구드나도티르와 요한손의 음악적 인연의 시작은 200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여러 편의 공동 작업 외에도 다수의 개별 음반에서도 협업을 이어왔던 돈독함을 유지했다. 물론 여러 편의 영화 음악에서도 공동으로 혹은 협력자로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요한손은 Sicario (2015)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그의 사후에 작업이 이루어진 후속 편 Sicario 2: Day Of The Soldado (2018)에서는 구드나도티르가 고인의 유지를 이어받아 완성할 만큼 둘 사이의 음악적 유대는 매우 긴밀하다. 이번 앨범은 OST라는 성격에도 불구하고 독립된 음반으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영화에서는 화면 속 시퀀스와 미장센을 완성하는 감정의 내레이션처럼 음악이 작용하지만, 앨범 안에서는 개별 곡들이 지닌 표제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고 그 자체가 하나의 내러티브를 이루는 완성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흔히들 OST에서 자주 보게 되는 메인 테마와 몇 개의 타이틀이 변주를 이루며 나열되는 방식과 달리, 이 앨범에 수록된 개별 곡들은 각자의 이야기와 주제를 지니고 있다. 그 곡의 성격을 집약하고 있는 것은 제목이며, 때로는 강한 메타포를 내포한 타이틀이 음악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스포일러가 되기도 한다. 앨범 속에서 두 사람이 보여준 역할은 단순한 연주자와 작곡가라는 기능적 관계가 아니며 각자의 포지션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긴밀한 연관을 지닌 음악적 협업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미완으로 남겨진 요한손의 유작들이 오랜 동료였던 구드나도티르의 손끝을 거쳐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2018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