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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Initiative H - Broken Land (Neuklang, 2018)


프랑스의 색소폰 연주자 David Haudrechy가 이끄는 빅밴드 이니시아티브 아시의 신보. 대규모 편성의 연주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IH의 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밴드의 리더인 다비드가 피아니스트 Grégoire Aguilar와 함께 결성한 듀엣 Endless의 Lost Lake (2017)와, IH의 멤버인 트럼펫 연주자 Nicolas Gardel이 이끄는 The Headbangers의 The Iron Age (2018) 때문이었다. 이들을 포함 12~3명에 이르는 연주자들 외에도 여러 명의 게스트들이 참여해 녹음을 진행하고 있는데, 모두 다 거명할 수는 없지만 최근 유럽 재즈 씬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준 젊은 뮤지션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앨범은 Deus Ex Machina (2014)와 Dark Wave (2015)에 이은 세 번째 녹음으로, 기존 작업에서 보여준 혁신적 사운드와 장르 확장적 표현을 재현하고 있다. 빅밴드라는 관점에서 IH의 가장 큰 특징은 흔히들 컨템퍼러리라고 통칭하는 경향적 유형성을 고전적인 대규모 편성에 적용해 새로운 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이들은 쿼텟이나 퀸텟 등의 편성에서 보여준 공간 개념을 대규모 포맷으로 확장하고 있어, 고전음악의 앙상블 규범을 차용해 재즈의 표현에서 진화를 시도했던 기존의 일부 방식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여러 뮤지션들이 합종연횡을 이어가면서 스스로 다양한 공간 구성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끊임없는 긴장과 이완을 펼치는데, 그 모습은 무척 유연하면서도 밀도 있는 모습을 띄고 있다. 또한 이들은 대편성의 포맷으로 재즈의 확장적 경계에서 마주하는 주변 장르의 음악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시도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자음악, 록, 클래식 등의 요소들이 IH의 연주 속에서 폭발적인 에너지의 응축을 완성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그리그와 무소르그스키를 모델링하고 있지만 록 심포니, 재즈 오케스트레이션, 현대 앙상블 등을 연상시키는 다면적인 IH의 표현 속으로 원곡은 분화와 해체를 거치게 된다. 세련된 집단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2018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