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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ason Mountario, Sri Hanuraga, Kelvin Andreas - Love Is (self-released, 2023)

 

인도네시아 베이스 연주자 Jason Mountario를 중심으로 피아노 Sri Hanuraga와 드럼 Kelvin Andreas가 함께한 트리오 앨범.

 

이 앨범은 스트리밍 사이트의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것이라, 여기에 있는 뮤지션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세 명 모두 인도네시아 출신 연주자들로, 버클리와 암스테르담 음원원 출신의 재원으로 알려졌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녹음은 제이슨의 첫 녹음으로 알려졌으며, 예민하면서도 진부한 모티브인 사랑을 주제로 7개의 음악적 이야기를 담은 자신의 오리지널을 포함한다. 통상적인 테마를 다루고 있지만 이들 트리오가 보여주는 표현은 전혀 진부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주제가 지닌 예민함을 자신들의 언어를 통해 매우 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신선하고 놀라운 앨범이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라는 재즈 트리오의 고전적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표현으로 가득하다. 전자 페이스의 톤 사운드가 중심을 이루고 있어 재즈-록 특유의 다이내믹한 공간을 연출하면서도, 개인의 자율적 표현을 개방하여 프리 재즈의 매시브 한 인터랙티브를 통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재즈와 록 사이의 균형점에서 완성할 수 있는 폭넓은 표현을 활용하고 있으며, 그 방식 또한 무척 유연하고 역동적이다. 모든 연주는 트리오의 고전적 형식을 넘어선 표현을 담고 있지만, 그 어느 한순간도 과잉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는 놀라운 균형감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트랙을 제외한 모든 연주가 라이브 형식의 원-테이크 녹음으로 완성했다고 한다.

 

이들 연주의 가장 큰 특징은 테마의 의해 구성된 공통의 집단적 의식을 공유하면서도, 그 해석과 표현에서는 뮤지션 각자가 지닌 고유의 음악적 캐릭터를 능동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최대한 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모든 공간이 각자의 자율적 표현을 표출하고 있는 듯한 상호 대칭적인 대비를 이루며 극적 긴장을 연출하면서 나름의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보다 풍부한 뉘앙스를 담은 음악적 합의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풍부한 역동성을 담고 있지만 전체적인 연주는 매우 균형감 넘치는, 빠른 보폭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듯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개인의 자율적 표현과 즉흥적 모티브의 확장 의존한 진행 형식을 보여 주고 있어 대부분의 연주는 6-12분에 이르는 긴 러닝 타임이지만, 그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변하는 음악적 구성과,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완성하는 내러티브로 인해,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 없는 완벽한 몰입을 제공한다.

 

그만큼 이들이 다루는 표현은 무척 풍부하다. 인상적인 멜로디와 코드 구성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피아노, 인터랙티브 한 연관 속에서도 자신의 표현을 과감하게 담아내는 베이스, 이들 둘의 관계를 능동적으로 반영하고 개입하면서도 공간의 디테일을 다채롭게 완성하는 드럼 등의 관계는 무척 긴밀하면서도 유연하다. 기본적으로는 피아노와 베이스의 다양한 관계와 위상, 혹은 힘의 균형을 오가며 형성하는 무수한 텐션의 역동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인터랙티브 한 연관 속에서 완성하는 재즈 특유의 매시브 한 표현을 바탕에 두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현대적인 포스트-록의 구성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고, 연주가 완성하는 고유한 내러티브는 고전적인 프로그레시브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특히 이와 같은 다양성은 다이내믹한 공간 속에서도 고전적인 우아함과 현대적인 퇴폐미를 동시에 품은 피아노의 과감한 라인과 섬세한 코드 구성이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피아노의 톤 사운드가 다소 아쉽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양식의 테마를 소화하는 업라이트의 둔탁한 울림이 오히려 이들 트리오가 표출하는 과감한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제이슨은 직접 믹싱을 담당하며, 첫 번째 트랙을 포함한 일부 구간에서 연주 외의 사운드 연출을 구성하기도 하기 했는데, 앨범에서는 전면적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트리오 나름의 음악적 확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이 단순한 일회적인 세션인지, 아니면 이후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부디 이들 조합으로 이루어진 활동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 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02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