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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ens Thomas – Speed of Grace: A Tribute to AC/DC (ACT, 2012)


개인적으로 만날 일이 있다면 엉덩이 세 번 토닥거려주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옌스 토마스의 2012년 앨범. 전작들을 통해 스팅과 모리코네의 음악들을 대상으로 엽기발랄한 음악적 재구성을 선보인 토마스는 거의 10년 가까운 공백 끝에 발매한 이번 레코딩에서 AC/DC를 조준하고 있다. 음악적 소재에 대한 의외의 선택에 일단 맛가도록 즐길 준비를 하게 되는데, 막상 앨범을 들어보면 이번 작업에서 그가 보여준 또 한 번의 의외성에 놀라게 된다. 브라이언 존슨의 샤우팅 대신 나레이션에 가까운 보컬이 있고, 영씨 형제의 속주가 아닌 슬로우 템포에 근접한 섬세한 피아노 울림이 자리잡는다. 오리지널 원곡에서의 폭발적 에너지는 완전해 해체된다. 토마스는 원곡에서 최소한의 핵심만을 추려 뼈대로 심고 그 위에 다시 곡을 쓰듯 자신만의 음악으로 재구성한다(재건축에 가까운 리모델링?). 재미있는 것은 토마스가 AC/DC에게서 락이라는 음악적 요소보다는 그 정서에 더 주목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런 탓인지 그의 피아노 위에서 흐르는 보컬은 무엇인가를 꼭 이야기를 해야 하는 듯 절박하기도 하고, 상대가 들어주기를 바라는 듯 호소력을 덧입힌다. 이 앨범 간만에 다시 들으니, 우리 토마스 부지런히 그리고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 앨범 빨리 들고 나왔으면 하는 생각 더 간절하다.


20140204



사족이라 생각하고 쓰는 잡스러운 개인적인 느낌 하나 더.. 토마스의 보컬이 초기 핑크 플로이드의 싱글 앨범들에서 데이빗 길모어가 보여준, 몽환적 신비감이 혀끝에서 감도는 톤과 유사하다. 여기에 피아노 진행 역시 앨범에서 마이클 케이먼 감독이 어레인지한 방식과도 소소하게 닮았다. 낯선 남자에게서 내 여자의 향기가 느껴진다면 열받겠지만, AC/DC에게서 핑크 플로이드가 느껴지니 이건 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