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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x Richter - Voices 2 (Decca, 2021)

독일 작곡가 Max Richter의 앨범. 이번 앨범은 작년 말, 세계 인권의 날 일정에 맞춰 발표된 Voices (2020)의 후속이다. 전작에서는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보편적 인권 선언의 텍스트가 내러티브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그 배경을 이루었던 음악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음악 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전편의 작업에서 보이스만을 제거한 것처럼 들리지만, 음악의 언어로 전작의 메시지를 세밀하게 다듬은 작업이다. 스트리밍 본에서는 10개의 트랙만 감상할 수 있지만, CD 혹은 LP 버전에서는 전작의 내용에서 내레이션을 제거한 믹스 축약본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어 비교를 원한다면 참고할 수 있다. 음악을 두고 언어를 넘어선 언어라고 하지만 이 또한 문화와 교육의 반복된 경험을 통해 축적된 것으로, 언어적 통용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메타언어의 현실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체계화된 기호의 시스템은 음악이 그나마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그것은 낭만적인 상상이겠지만, 최소한 변화를 위한 동기를 제공하고 계기가 된 예는 베트남 전쟁이나 독일 통일 등 여러 역사적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적어도 개별화된 사고를 집단적 문제의식으로 연결하고 이를 '힘'이라는 물질적 형태로 전화시킬 수 있는 매질의 역할을, 음악만큼 잘 수행한 수단은 지금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으며 음악보다 더 빠른 전파력과 결속력을 가능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새로운 시기에도 음악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속한 네트워크가 적어도 우리에게 요구하는 개인의 역할이 존재한다면, 비록 그 도구적 역할의 수명이 다했을지라도 음악은 여전히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선언이 1948년에 채택되었고 그 이면에 무수한 정치적 역학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의 현안에 "매우 근본적이고 단순한 원칙들을 제시" 한다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음악가는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막스는 말한다. 이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앨범이 담고 있는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감상의 가치는 존재한다.

 

202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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