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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isleading Structures - Plethora (Archives, 2022)

Misleading Structures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리투아니아 전자음악가 Dovydas Vasiliauskas의 앨범. 도비다스가 MS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는 독특한 음악적인 이미지는 차가우면서도 묵시적인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사색적 공간을 개방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특히 견고하면서도 섬세하게 구성되는 드론과 그 위에서 잔잔하게 펼쳐지는 섬세한 라인의 대칭적인 레이어링은 마치 현대 오케스트레이션을 연상하게 하는 장엄함을 느끼게 해주며, 이미지너리 한 묘사를 통해 고요한 랜드스케이프를 음악으로 듣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 역시 이와 같은 MS의 특징적 요소들을 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도비다스의 드론은 마치 느린 속도로 소용돌이를 만들며 서서히 지구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웅장한 응집을 보여준다. 서로 유사한 현악 계열의 사운드 소스를 활용하지만 그 각각은 고유의 톤과 텍스처를 지니고 있으며, 그 중첩을 통해 완성된 드론은 폴리포닉 한 밀도감을 연출한다. 이와 같은 중첩을 통해 만들어진 거대한 레이어의 응집은 열련의 코드와 하모닉스를 이루고 있어 그 자체의 플로우만으로도 미니멀한 진행을 이루는 독특한 앰비언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와 같은 드론은 그 위에 일련의 라인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이 둘이 이루는 조화와 균형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전체 곡의 진행이 이어지는 음악적 플로우를 완성한다. 이와 같이 점층된 드론 위로 어쿠스틱 계열의 사운드로 구성된 라인의 흐름은 고전적인 양식의 멜로디로 서서히 집약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명료한 모습을 조심스럽게 드러내게 되는데, 그 종말에 이르러 하나의 단일한 텍스처만 남기며 연주가 마무리되는 과정은 정교하고 세심한 편곡의 결과임은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도 글리치, 히스 등 다양한 패턴의 노이즈로 곡 전체의 디테일을 조율하는데, 이는 단순한 효과로 기능하기보다는 곡 전체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며, 피부로 전해지는 듯한 질감은 곡의 묘사적 특징을 강조하고 생생한 현장감을 완성한다. 복합적인 사운드의 레이어들이 무수한 중첩을 이루며 강한 밀도감을 연출하고, 그 안에서 서서히 다른 텍스쳐들로 이루어진 라인이 동요하며 무게감 있는 진행을 완성하는 이러한 과정은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협주를 경험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긴장의 응축과 안도의 평온은, 곡의 흐름에 온전히 내 정서를 위탁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몰입의 결과이기도 하다. 정교한 사운드의 응집이 연출하는 이미지너리 한 고립적 적막, 그리고 그 속에서 전달되는 미묘한 정서적 흐름은 도비다스의 음악에 주목해야 할 충분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증명하는 듯하다.

 

 

202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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