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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icolò Ricci - Bellissimǝ (ZenneZ, 2023)

 

네덜란드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색소폰 연주자 Nicolò Ricci의 쿼텟 앨범.

 

1987년생인 니콜로는 10대 시절 처음 색소폰을 접했고, 지역 음악 학교와 밀라노 Conservatory G. Verdi를 거쳐 네덜란드 Conservatorium van Amsterdam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밀라노 학생시절부터 음악 활동을 펼쳤으며,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러 뮤지션들의 세션과 공연에 참여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이번 앨범은 피아노/신서사이저 Emanuelle Pellegrini, 베이스 Alessandro Fongaro, 드럼 Sun-Mi Hong 등과 함께 쿼텟 형식으로 녹음하고 있어, 니콜로의 데뷔작 Ambergris (2022)와 같은 라인-업을 보여주고 있다. 멤버 모두 암스테르담 음악원 동료들로, 이탈리아와 한국 등 타국 출신으로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한다는 공통점은 물론, 평소에도 서로의 작업에 협력적 유대를 지속해 온 사이다. 홍성미의 A Self-Strewn Portrait (2020)와 Third Page: Resonance (2022)는 물론, 작년 한 해만 하더라도 알레산드로의 First Time (A)Live. (2022), 에마누엘레의 Gadgets (2022) 등을 통해, 마치 견고한 음악 카르텔과도 같은 상호 간의 다양한 집단적 유대와 협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의 조합은 현재 네덜란드 재즈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뮤지션들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니콜로는 전작에서 클래식의 정교한 하모니, 이탈리아 대중음악적 특징을 반영한 멜로디 등을 쿼텟의 형식 속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녹여내고 있는데, 이번 작업과 관련해서는 클래식 작곡가들로부터 받은 영감을 다루고 있다고 밝힌다. 그렇다고 두 앨범 사이에 명확한 차이를 부각하는 것은 아니며, 일종의 미묘한 콘셉트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클래식적인 영향은 독특한 노트와 테마의 멜로디에 일부 녹아 있긴 하지만, 연주 전체의 전면적인 특징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며, 재즈의 언어와 연관된 양식의 일부로 기능한다. 오히려 그 미묘함으로 인해 은근한 비장미를 연출하는가 하면, 다른 곡에서는 솔로 공간을 개방하며 점진적으로 에너지를 축적하는 빌드-업은 다분히 아트록적인 내러티브를 떠올리기도 한다. 때로는 이탈리안 특유의 서정적 낭만을 포함하는 연주를 들려주는가 하면, 경쾌한 템포의 흐름 속에 여유롭고 풍성한 라인들을 녹여내기도 하고, 개별 공간의 자율성을 확대하여 실험적인 구성을 보여주는 등, 실제로 앨범에서도 담고 있는 분위기는 무척 다채롭다.

 

앨범의 모든 곡들은 나름의 서사적 구성을 지니고 있어, 이를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의 흐름만으로도 개별 연주의 특징을 포착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음악의 다면적 특징을 강조하기보다는, 쿼텟을 통해 개방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을 담아내려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며, 개별 곡들이 지닌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 속에서 이와 같은 시도는 분명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멤버들 상호 간의 음악적 표현의 긴밀한 인과성이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모든 연주는 니콜로의 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면서도, 모든 멤버 각자의 공간은 나름의 자율성과 표현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유기적 역동성을 보여준다. 마치 니콜로의 호흡과 템포에 개별 공간의 모든 흐름이 자연스럽게 동기화되는 듯한 밀접성을 보여주고 있어, 탄력이 넘치면서도 명료한 인터플레이를 완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멤버들이 보여준 집단적인 음악적 협력과 노력이, 개별 뮤지션의 작업을 통해 구체화된 일련의 성과 중 하나로 이번 앨범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멤버들 각자의 캐릭터도 잘 담겨 있으며, 동시에 니콜로의 음악적 개성 또한 인상적으로 투영된 작업이 아닐까 싶다. 멤버들이 서로에 대해 보여준 음악적 협력도 ‘아름답고’, 그 결과 또한 ‘아름다운’ 앨범이다.

 

 

202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