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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ils Petter Molvær & Moritz von Oswald – 1/1 (EmArcy, 2013)


자신의 트리오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이후 닐스가 멀티 뮤지션 모리츠 폰 오스발트와 공동으로 선보인 2013년 앨범. 두 장르의 이종결합을 통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암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1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했다. 이 앨범의 발매 전후로 재즈라는 장르 안에서 시도되고 있는 
컬래버레이션 방식의 일렉-재즈의 실험들이 어떤 새로운 음악적 형식을 결과로 가져올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그 지반이 서서히 확대되고 있고 다양한 방식들을 통해 경향적 특성을 넓혀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닐스와 모리츠는 이러한 경향적 확산 속에서 자신들만의 유니크함을 드러내려고 한 흔적을 이 앨범을 통해 읽을 수 있다. 기존의 여러 시도들에서 보였던 단순한 형식적 차용이 아닌, 각자 본연의 장르가 지닌 고유한 음악적 특징들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모리츠가 만들어내는 기본적인 루프와 라인이 닐스에게는 자신 임프로바이징을 구상하는 공간이 된다. 곡의 진행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인터플레이가 가능한 접점들은 아주 쉽게 찾아진다. 차분한 템포로 구성되는 모리츠의 사운드 공간 속에서 닐스는 매우 축약적이고 간헐적이기도 한 프레이즈로 이미지를 완성해간다. 역설적이기도 하지만 취해진 거리와 방관적 공간들이 실제로 이들이 완성하낸 가장 치열한 인터플레이의 접점들이기도 하다. 비록 스튜디오 레코딩 형식으로 완성된 앨범이긴 하지만, 이들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적 상상력을 생각해본다면 라이브 무대에서 더 큰 파괴력을 지닌 음악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분위기로 형상화된 사운드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러닝 타임 내내 끊임 없이 진화하며 변모하는 음악적 형상들은 이들이 그동안 각자의 분야에서 축적한 명성이 그냥 짬밥만 먹었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최근 
멜다우와 길리아나의 시도를 계기로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된 앨범이다.

2014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