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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ephan Micus - Thunder (ECM, 2023)

 

독일 다중 악기 연주자 겸 작곡가 Stephan Micus의 앨범.

 

1953년생인 스테판은 세상을 여행하는 방랑자이며, 세계 곳곳의 악기와 소리에 담긴 의미를 찾아다니는 구도자이며, 그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전달하는 조용한 설교자이다. 우리가 편의상 그를 ‘음악가’라고 통칭하는 순간, 그에게서 파생하는 음악이라는 단어에 포함된 내연은 무한히 확장하여, 마침내 세상을 담을 수 있는 넓은 소리가 된다. 10대 시절부터 자신과 연관된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며 세상의 다양한 소리를 탐구하기 시작한 스테판은, 여러 나라 현지의 거장으로부터 악기 연주는 물론 음악을 배웠으며, 이러한 여정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이번 앨범이 증명하고 있다. 레이블에서 발매하는 25번째 정규 작업인 이번 앨범은, 그의 70번째 생일인 1월 19일에 공개했다.

 

스테판이 자신의 작업을 처음 선보이기 시작한 197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서구 문명에 대한 반성적인 태도를 반영한 다양한 정치 사회적 움직임의 여파가 다양한 분야에 흔적을 남기고 있었고, 이는 문화나 음악에도 영향을 주면서, 흔히들 ‘제3세계’ 혹은 ‘월드’라는 타이틀로 통용되고 있을 무렵이다. 문화적 혹은 음악적 대안으로 제안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또 하나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한 소비 형태로 유통되기도 한다. 비교적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스테판의 음악 또한 이와 같은 주류적 사고를 반영한 흐름 속에서 통용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추구했던 음악의 본질은, 한 인간이라는 개별적 유한성과 그 주변을 둘러싼 영속적 존재에 관한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부단한 자기 성찰의 일부였다. “내 음악은 삶의 감정에 대한 사랑과, 도달할 수 없는 영원한 차원, 그 두 가지 요소가 함께 공존하도록 하려고 한다”라는 그의 고백은, 단순한 문화적 다면성을 넘어선, 음악 이전의 소리 그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생각하게 한다. 오늘날에도 스테판의 음악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한 시간과 공간이라는 차원을 넘어서는, 어쩌면 개별적인 악기의 소리가 지닌 통시성과 공시성을 함께 사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스테판의 음악은 하나의 영속적 존재에 관한 인간의 의식을, 인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소리를 통해, 통합적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번 앨범은 ‘천둥’이라는 존재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세계 각국의 여러 악기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Frame Drum, Dung Chen, Burmese Temple Bells, Himalayan Horse Bells, Ki un Ki, Bass Zither, Bowed Sinding, Kyeezee, Shakuhachi, Sarangi, Nyckelharpa, Kaukas, Sapeh, Nohkan 등과 같은 여러 나라의 생소한 악기와 인간의 목소리를 더해 완성하고 있는데, 각각의 곡은 여러 지역 및 문명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천둥의 신’을 위해 헌정하고 있다. 이번 녹음에는 흔히들 티베트 호른이라고 부르는 4미터 길이의 Dung Chen이라는 악기를 처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천둥의 신이라는 존재와 그 관계를 상징하는 주요한 소리로 등장하기도 한다.

 

천둥과 그 신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스테판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는 그 신을 분노의 존재로 묘사하지 않는다. 관악기로 묘사하고 있는 천둥은 깊고 무거운 울림을 전하지만, 그 주변의 다양한 현악과 타악을 통해 신비로움과 온화함을 간직한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는 마치 경외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우리 주변에 함께하는 일상적 존재로 표현하는 듯하며, 몇 가지 상징적인 소리와 그 주변 음향과의 조화를 통해 신과 인간의 관계를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스테판은 다양한 문명과 문화 속에서의 여러 천둥의 신을 소환하고 있지만, 시대와 지역이 서로 다른 악기들을 이용한 앙상블을 구성함으로써, 각각의 신들 사이의 차이보다는 일종의 보편성을 담아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때문에 악기가 상징하는 지리적 특징은 음악이 담고 있는 특정한 문명의 신과 직접 연관을 보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문화와의 연관을 통해 그 존재의 개별적 의미를 드러내는, 마치 타자의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저마다 고유한 음향적 특징을 지닌 다양한 나라의 수많은 악기들은 마치 메타 사운드를 위한 개별적 요소처럼 기능하고 있어, 늘 그렇듯 스테판의 음악은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인류문명의 앙상블을 완성하고 있다. 그 안에서도 개별 악기의 고유한 특징을 생생하게 재현하면서도, 주변 음향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음향적 특색을 완성하는 모습 역시, 여전히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만의 고유한 특징을 부각하고 있다는 느낌보다, 이전 작업의 연장 속에서 이번 작업을 살펴보게 된다는 점에서, 스테판에게 있어 신이란, 그가 평소 진지하게 다뤘던, 인간 의지 외부의 존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민속성이라는 단순한 단어로 환원하기 어려운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를 포함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어쩌면 가장 급진적인 형태의 사유가 스테판의 음악이지 않을까 싶다.

 

 

202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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