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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he Black Dog - Music For Dead Airports (Dust Science, 2023)

 

영국 전자음악 그룹 The Black Dog의 미니 앨범.

 

TBD는 1980년대 말 Ken Downie, Ed Handley, Andy Turner이 결성한 전자음악 트리오로, 1990년대 중반 에드와 앤디가 Plaid 프로젝트를 위해 팀을 떠나면서 켄은 솔로를 비롯해 다양한 뮤지션들과 여러 라인-업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여러 장의 리믹스와 싱글을 선보이며 많은 찬사를 받았던 것에 비해, 정규 작업에 매진할 정도로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던 중 2000년대 초, Dust Science의 오너인 Martin Dust와 Richard Dust 형제를 만나면서 TBD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면서, 레이블을 통해 팀 고유의 음악적 색은 물론 현실에 대한 사회 비평적 혹은 인문학적 시선을 담은 여러 문제작을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사회 현실에 대한 음악가의 개입은 주로 환경, 기후, 인종차별, 전쟁 등과 같은 전 지구적인 담론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데, TBD는 매우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집요한 관찰과 실랄한 문제 제기를 보여주곤 한다. 이와 같은 구체성은 특정한 장소 혹은 공간을 대상으로 하며, 이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건축물을 포함하여, 자신들의 일상 주변의 시설은 물론 지역 그 자체를 포괄하기도 한다. 이들은 이와 같은 음악적 비판을 통해 관료주의적 행정의 패해나 대중의 냉소주의는 물론, 국가 산업의 사유화에 따른 지역 사회의 몰락 등을 지적하는가 하면, 특정 시설물들이 상징하는 구조의 반인간성을 고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어쩌면 우리가 당면한 일상적 문제를 음악을 통해 고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음악은 마틴의 사진 작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그의 작품들 역시 공간과 장소의 구체성을 바탕에 두고 있어, 뚜렷한 목적의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조만간 재발매 예정인 TBD의 Music For Real Airports (2010)와의 연관성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 내용에서는 서로 다른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실제로 이전 작업은 Brian Eno의 Music For Airports (1978)에 대한 “현대적인 답변”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브라이언의 작업이 공간에서의 편안함을 목적으로 하는 듯한, 차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표현하는 것이 비해, TBD은 실제 승객들이 느낄 수 있을 법한 “공항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이와 같은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는, 안전과 효율을 목적으로 하는 감시와 통제의 구조를 드러내며, ‘실제 공항’에 대한 시각을 음악으로 제시한다. 이에 비해 이번 앨범은 2002년 폐쇄되고 1파운드에 매각된 이후 또다시 문을 닫게 된 Sheffield City Airport라는 ‘죽은 공항’의 시설과 흔적에 대한 음악적 묘사를 보여주고 있어, 그 내용에서는 Music For Photographers (2021)와 닮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번 작업에 담긴 TBD의 비판적 시각은 음악적 표현의 구체성을 통해 드러나고 있으며, 음악의 형식적 구성에서도 무척 엄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엄밀함은 음악이 묘사하고 있는 대상의 구체성을 반영한 것으로, 공항과 주차장, 그리고 그 건물들이 서 있던 땅 등에 대한 4개의 트랙을 포함하고 있다. 곡들은 각기 다른 캔버스에 서로 다른 상징성을 지닌 사운드를 활용해 저마다의 고유한 분위기로 묘사한다. 전체적으로는 드론, 필드 리코딩, 스텝 시퀀싱 등을 조합한 복합적인 플로우를 보여주지만, 각각의 트랙이 강조하는 내용에 따라 피치와 펄스의 움직임이 강조되는가 하면, 때로는 깊고 강한 비트의 반복적인 진동으로 공간을 지배하기도 한다. 서로 유사한 특징을 지닌 요소들을 공유하면서도, 이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합해 서로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고 있어, 마치 한 장소 내에서의 다른 공간을, 개별적 특징을 부각하며 묘사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음악적 요소들을 활용해 건축물을 묘사한다는 느낌을 주는가 하면, 반대로 공간 그 자체가 스스로 발언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여, 무척 독특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모든 곡은 어둡지도 않으면서 편하지도 않으며, 격하지도 않으면서 차분하지도 않은, 무척 미묘한 정서의 테두리에서 관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분명한 자기감정을 담고 있어, 그 해석에서는 명료함을 잃지 않는 강한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음악으로서의 훌륭한 미적 완성도를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TBD의 면모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앨범이다.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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