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Tristan Eckerson - Dream Variations (self-released, 2018)


미국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트리스탄 에커슨의 신보. 작년에 선보인 Disarm (2017)을 비롯한 일련의 1631 Recordings 레이블 발매작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을 비교적 명료하게 정의했던 이력에 비춰본다면 이번 앨범은 그 연장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이번 앨범 역시 솔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음악적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작업과 연관성을 지니며, 동시에 이번 음반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깔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 에커슨은 음향 효과나 필드 리코딩 등의 활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한 상태에서 자신의 피아노 연주 그 자체에 의해 구성되는 음악적 공간의 부피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결국 에커슨의 음악적 의지는 작곡과 이를 재현하는 연주에 의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매우 진솔한 구조에 의지해 이번 앨범을 녹음하고 있다. 물론 이에 따른 일장과 일단의 단면도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이번 앨범에서는 '변주'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지만 클래식적인 의미에서의 바리에이션과는 차이가 있으며, 재즈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임프로바이제이션과도 거리가 있다. 사실 에커슨은 뛰어난 기악적 능력을 발산하며 연주를 진행하는 스타일의 연주자는 아니다. 대신 자신의 음악적 의지가 반영된 테마를 확장하고 하나의 시퀀스로 발전시키는 상상력은 대중적 정서와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이 넓기 때문에 그의 간결한 표현은 진솔하게 느껴지고 이 역시 에커슨의 매력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앨범 전체에서 사운드가 들려주는 질감 자체는 균일하고 일관된 느낌이지만 개별 곡들이 지닌 정서는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어 다분히 감정의 '변이'를 관찰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꿈'이라는 메타포가 지닌 모호함에 의지에 이와 같은 다양성을 합리화하려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한된 공간 내에서의 다면적인 의지의 표출은 자칫 지나친 감정의 기복처럼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어찌 보면 우리의 일상과 닮은꼴이다.


201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