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Vijay Iyer – Mutations (ECM, 2014)


피아니스트 비제이 아이여의 ECM 데뷔 앨범. 그동안 이러저러한 뮤지션들의 사이드맨으로 활동하며 Savoy에서 간헐적으로 앨범을 발표했고 몇 장의 리더 작을 ACT에서 녹음했는데, 최근 3-4년 사이에 아이여는 다분히 점진적으로 음악적 변화를 모색하는 듯 보였다. 포스트-밥 혹은 모던 크리에이티브 계열의 범주들을 부지런히 왕래했지만 결국 그 종착점은 언제나 재즈라는 형식적 틀 내에 머물렀다는 인상이 컸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특히 그의 전작들을 기억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수화기 넘어에서 ‘고갱님 당황하셨어여?’라고 누가 물어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첫곡과 두번째 곡에서는 전에 없던 신중함이 지배적이다. 조심스럽다 못해 소심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예전의 과감함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Mutations I-X” 연작들이 아닐까 싶다. 이곡들은 이미 10여년 전에 작곡이 완성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여기에서 아이여는 현악의 진행이 중심이 된 현대음악적 언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형의 존재들을 모티브로 이를 미니멀한 음계로 표현하고 그것이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듯한 방식으로 진행을 이어간다. 또한 음과 음의 조성이 아닌 소리와 소리의 층위에 주목하여 마치 몇 개의 레이어들이 서로 중첩되며 만들어내는 효과들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청자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듯 하다. 사실 이러한 시도들은 현대음악 내에서 오래 전부터 시도되었던 것이라 특별히 탄성을 자아낼 만한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아이여의 개인적인 음악사로 봤을 때 한번 귀 기울여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레이블 하나 바꿨을 뿐인데 우리 아이여가 달라졌어요…라고 쓴 뒤 궁금해서 여기저기 뒤져보니 아이여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현대음악 작곡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ECM에서 그의 오랜 숙원을 이룬 샘이다. 참, 교수 임용도 ㅊㅋ


2014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