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Yessaï Karapetian - YESSAÏ (Kyudo, 2022)

아르메니아계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Yessaï Karapetian의 데뷔 앨범. 예싸이라는 이름이 생소할 수 있는데, Guillaume Perret의 A Certain Trip (2020)에서 젊은 피아니스트가 보여준 역동적인 공간 지배력을 기억한다면 그가 어떤 존재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싸이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ONEFOOT 트리오를 통해 에스닉과 록을 결합한 독특한 분위기의 연주를 통해 차세대 재즈의 선구자라는 칭호를 얻으며 현지에서 서서히 인지도를 높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은 기존 트리오에서 선보였던 음악적 역량을 보다 확대된 공간 속에서 구현한 앨범이며, 더불어 예싸이라는 이름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녹음은 이전 트리오에서도 함께 활동했던 베이스 Marc Karapetian을 비롯해 드럼 Th o Moutou, 기타 Gabriel Gosse, 색소폰 Mounir Sefsouf 등이 참여한 퀸텟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비교적 최근에 데뷔한 젊은 신예들이지만 짧은 기간 동안 유명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통해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실력을 입증한 인물들인 데다, 공교롭게도 아르메니아, 과들루프, 레위니옹, 알제리 등 프랑스를 비롯한 타국 점령 지역 출신에 파리 음악원 동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녹음에서 예싸이는 기존 트리오의 규모를 확장하면서도 전자악기를 이용한 실험적인 사운드의 활용을 배제함으로써 오히려 재즈-록에 근접한 오소독스 한 스텐스에 더 가까이 접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부분적으로 민속적인 요소들을 테마나 연주에 녹여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펜타토닉이나 익숙한 스케일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익숙함 속에서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미묘한 낯섦이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은 젊은 뮤지션들의 충만한 에너지와 풍부한 상상력이 밀도 있게 응집되어 표출되는 음악적 직관에 있다. 멤버들 각자의 사운드와 라인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개별 공간의 자율성이 극대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이 모든 사운드들이 기민한 반응을 이루며 하나의 총체적 합을 완성하는 과정은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마치 라이브와도 같은 직관적인 임프로바이징과 인터렉티브 한 프레이즈가 펼쳐지면서도, 이 모든 과정은 강한 밀도감과 더불어 무척 유연하여 드라마틱 한 긴장은 물론 풍부한 정서적 반영까지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강한 밀도감을 보여주면서도 개별 연주의 섬세 뉘앙스까지 생생하게 표현되고 있어 청감상의 재미도 함께 제공하는 앨범이다.

 

2022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