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 전자 음악가 Brock Van Wey의 프로젝트 bvdub 신보. 1980년대 후부터 일렉트로닉 관련 장르와 분야에서 DJ와 작곡 등 음악 활동을 이어왔고, 2007년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여러 이름으로 지금까지 40여 장 이상의 앨범을 선보였다. 이번 앨범은 풀타임으로 녹음된 bvdub의 서른 번째 타이틀로 기록된다. 지금까지 반 웨이의 활동들은 딥 하우스 계열의 Earth House Hold와 드럼 앤 베이스로 분류되는 East Of Oceans 등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분화와 연관되어 있는데 bvdub는 앰비언트의 지향을 강하게 반영하면서도 현대 작곡의 특징들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음반들 마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담은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번 앨범은 타이틀 자체를 비롯하여 여섯 개 트랙 제목에 사용된 명사의 알파벳 첫 글자들이 FORGET이라는 단어를 이루고 있어 반 웨이의 의도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늘 그렇듯 그의 음악은 자신의 감정을 온전한 형태로 고스란히 드러내는 형식을 취하지 않는다. 추상화된 언어와 표현으로 긴 호흡의 반복을 이어가며 곡의 근원적 동기를 이루는 테마를 끊임없이 분절시키는가 하면, 또 그 안에서 파생되는 모티브에 주목하며 자연스러운 순환을 유도하기도 한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묘사적이면서도 때로는 반복 서술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 차라리 운율 구조를 지닌 시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9분에서 16분에 이르는 긴 순환을 보여주는 이번 앨범의 곡들은 묘사 구조가 반복적으로 나열되며 진화하는 시퀀스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에는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며 내밀해진 테마와 함께 다시 그 시작점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의도된 것일 수밖에 없는 이와 같은 진행은 구조 자체가 아니라 그 효과에 의해 임팩트를 경험하게 된다. 마치 공기와도 같은 그의 음악은 쉽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문득 한순간 귀 기울이게 되면 마치 시의 한 구절처럼 깊이 있는 사색의 응집을 쏟아낸다. 반 웨이는 사랑을 망각으로 정의하고, 사랑과 망각은 순환을 이루듯, 그의 정의와 꼭 닮은 앨범이다.


2018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