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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foundation - mountain ambient III (Stereoscenic, 2021)

미국 전자음악가 Jake Carter의 솔로 프로젝트 .foundation의 앨범. 드론을 기반으로 하는 사운드 스케이프와 이를 통해 묘사되는 독특한 앰비언트는 잭의 파운데이션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시그널과도 같다. 지금까지 잭의 작업들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장르적 경향성을 대표하는 여러 뮤지션들과의 차별점을 조금씩 구체화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번 앨범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한다는 측면은 물론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과 큐레이팅을 통해 그 전개를 자연스럽고 치밀하게 구성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잭의 데뷔 앨범인 mountain ambient (2018)로부터 이어진 시리즈 타이틀을 달고 있어 '산'으로 상징되는 공간적 의미와 그 안에서 구성되는 명상적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주제적인 큰 틀을 벗어난다면 음악적으로는 전작인 escapism (2020)의 느낌도 강하게 연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잭이 선보인 작업들 중 음악적인 테마는 물론 그 구성에서도 강한 자기 색채를 띤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음악적 내러티브의 구성에 있는데, 이는 이야기의 전개라기보다는 일련의 흐름을 담아내는 듯한 스케치와 같은 방식으로 이어지면서 고유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일상 도시의 소리가 점층적인 일련의 플로우를 통해 여러 악기의 사운로 이어지고 이것이 또다시 자연에서의 현실의 음향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마치 도시를 벗어나 조금씩 산속 깊은 곳으로 향하는 여정을 따라가는 듯한 모습처럼 느껴진다. 빗소리는 현악 계열의 신서사이저 사운드로 서서히 오버랩되고 이 또한 큰 강물이 흐르는 모습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순환을 다루는 듯한 사색적 과정 또한 경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개에서 흥미로운 점은 현악과 목관 계열의 사운드를 통해 실제 악기와 VST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인데, 이와 같은 특징은 소리 자체의 폭넓은 변형은 물론 이를 통해 연출하고자 하는 이미지의 자유로운 이동 또한 가능하게 한다. 이는 현실과 의식의 전위는 물론 시간과 공간의 흐름까지 세밀화한 묘사를 완성하게 된다. 여기에 필드 리코딩과 더불어 악기 자체의 사운드가 지닌 이미지와 상징성에 집중함으로써 음악을 통해 구성하고자 하는 내러티브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중고역대의 이미지를 중심에 둔 듯한 사운드 연출은 다분히 몽환적이면서도 명상적 의식의 개방을 염두에 둔 듯하여 앨범의 고유한 특징을 강화하기도 한다. 명상적이고 사색적이라고 하지만 불편하거나 불안한 현실조차 고스란히 음악적 흐름 속에 반영하고 있어 현실 회피적인 모습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미덕일 수 있다.

 

202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