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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ter de Graaf - Equinox (Masterworks, 2021)

komeda 2021. 5. 23. 23:08

네덜란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Pieter de Graaf의 앨범. 전작 Fermata (2019)가 피에트르에게 어느 정도의 대중적 인지도를 보장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한 듯싶다. 어느 정도는 마케팅의 힘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고, 또 한 편에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성공 루틴을 따라가며 이를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적용한 이유도 존재할 수 있을 듯싶다. 그의 음악에서는 해장 장르 혹은 계열에서 입지를 쌓은 여러 뮤지션들의 모습이 종종 오버랩되기도 하는데, 어쩌면 이와 같은 미묘한 기시감을 자신의 로맨틱한 표현으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피에트르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러한 피에트르에 대한 인상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지속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잔잔하면서도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은 전체적인 음악의 텍스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 곡의 특징에 따라 미묘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나 이펙트를 활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스트링 계열의 연주를 레이어링 해서 풍부한 배음을 완성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곡은 다분히 표제적인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 그 분위기는 제목이 암시하는 내용에 충실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장르의 혼재를 느낄 수 있는 대목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일리시 하게 보이는 모습보다는 솔로 공간에서 피아노 그 자체의 사운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곡들 오히려 피에트르만의 고유한 정서가 온전히 드러나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Thank You"나 "Silver Lining"과 같은 연주에서 아무런 주변 장치의 도움 없이 오로지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연주와 페달의 메커니컬 한 움직임이 전하는 진솔함에서 더 큰 음악적 설득력이 전해진다. 음악의 내용은 일상성이 강조된 듯한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마스터링 된 사운드는 어느 정도의 공간적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어 피에트르의 연주가 지닌 색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한 듯한 느낌은 살짝 아쉽다. 편안하게 듣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2021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