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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Ames - Change Ringing (Modern, 2021)

komeda 2021. 6. 1. 21:58

영국 지휘자 겸 작곡가 Robert Ames의 앨범. 현 London Contemporary Orchestra의 공동 예술 감독이자 공동 수석 지휘자이며 많은 영화 음악은 물론 여러 장르에 걸친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협업으로도 유명하다. 다분히 대중적인 인물이면서도 LCO를 통해 고전적인 미니멀리즘을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해 그 가치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등 고전과 현대 음악의 접점을 확대하는 일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작업은 로버트의 이름으로 발매되는 첫 앨범으로 현대 작곡의 주요한 접점을 자신의 언어를 통해 표현하려고 시도한 듯한 인상이 강하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로버트는 자신의 원곡 외에도 Galya Bisengalieva나 Nala Sinephro 등의 오리지널을 이번 작업에 활용하며 이번 작업의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연주 악기들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그 텍스쳐는 마치 신서사이저의 브라스나 스트링 계열의 사운드를 정교하게 튜닝한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그 화음을 처리하는 방식이 마치 전자 악기의 폴리포닉을 떠올리게 하는 효과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오케스트라의 구성에서도 고전적인 방식 대신 다양한 조합의 묶음으로 이루어진 여러 개의 개별 루프 라인들을 시퀀싱을 통해 레이어링을 하듯 통합하고 있어, 이와 같은 여러 층위의 사운드가 콜라주를 이루며 하나의 통합적인 공간을 연출하는 것은 색다르고 신선하다. 진행 형식에 있어 기존 일렉트로닉 계열의 앰비언트 음악에서 자주 접했던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연주 악기들로 구성된 집합적 사운드를 통해 이를 구현하는 것은 확실히 다른 일이며 그 효과 또한 남다를 수밖에 없을 듯싶다. 특히 로버트는 여기에 콰이어나 오르간 등을 활용하면서 고전적인 방식이 아닌 현대적 질감을 강조함으로써 장르 이탈적 느낌을 더욱 강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번 앨범에서 구사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묘사이다. 실제로는 작은 실내 스튜디오에서 녹음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마치 낡은 공장과도 같은 넓고 높은 건물 저 멀리에서 집합적 사운드가 들려오는 듯한 리버브는 관객과 연주자 사이의 거리를 느끼게 한다. 스트리밍이 아닌 고해상도 음원을 이용해도 일반적인 감상용 시스템에서는 소리들이 뭉쳐진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모니터용에서도 상당히 평면적으로 들려 다분히 목적을 지닌 공간 연출로 생각되지만, 그 의도에 대해서는 언젠가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2021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