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Fabrizio Paterlini - LifeBlood (Memory, 2021)

komeda 2021. 6. 2. 19:32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Fabrizio Paterlini의 앨범. 이번 작업은 올해 초에 발매한 미니 앨범 Life (2021)을 고스란히 수록하고 있어 일종의 확장판 성격이 강하다. 이 앨범에는 상이한 두 개의 스타일의 접근이 함께 담겨 있는데, 미니 앨범의 솔로 피아노 연주가 수록된 후반 부분과 더불어 스트링과 미세한 일렉트로닉의 하모니를 활용한 곡들로 구성된 전반부가 그것이다. 때문에 이 앨범은 파브리지오가 최근 몇 년 동안 선보였던 일련의 작업들을 총괄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전반부의 경우 Secret Book (2017)에서 시도했던 음악적 접근과 유사하며, 후반부는 작년에 완결된 Transitions I-III (2019-2020) 3부작을 떠올리게 한다. 리코딩은 최근에 이루어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곡들은 이전에 작곡이 이루어진 미발표곡들이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앨범들과의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 앨범의 구성이 전반부와 후반부로 명확히 구분되기 때문에 앞부분에서 경험했던 스트링과 일렉트로닉의 협연이 한순간 피아노 솔로로 전환될 때 느껴지는 단절감은 다분히 이질적이다. 이는 단순히 연주 구성에서 느껴지는 톤이나 질감의 차이 외에도 묘사적 특징이 강조된 일련의 서사적 흐름이 갑자기 서정적 표현을 지닌 연주들로 전환을 이룰 때 느껴지는 불연속성과 그 차이에서 오는 동요일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런데도 어느 정도는 앨범 전체의 균일함을 의도한 것일 수도 있겠고, 어쩌면 지난 3부작과의 연관성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후반부를 온전히 펠트 한 느낌을 강조한 업라이트로 연주했으면 과연 앨범 전체의 느낌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어중간한 베이비 그랜드 크기의 울림에 메커니컬 사운드까지 의도적으로 녹음한 것을 보면 다분히 일상적 서정을 강조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그러기에는 조금은 애매하게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물론 파브리지오 특유의 섬세한 은유와 표현은 온전히 간직된 앨범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202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