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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Emery - Empire (Injazero, 2017)

komeda 2018. 1. 13. 12:11


영국 출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매트 에머리의 신보. 방송 및 광고용 음악을 작곡했던 것으로 전해진 매트는 그동안 웹 발매 형식으로 몇 편의 싱글과 모음집을 선보였다. 특히 많은 조회수를 지닌 액션캠 제조사 고프로의 온라인 광고 음악을 작업해 어쩌면 은연중에 매트의 음악을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사실상 매트의 첫 공식 릴리즈인 이번 앨범은 신생 Injazero를 통해 선보이게 되었는데, 뮤지션 본인이나 레이블 자체로도 뜻깊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2015년에 모던 클래시컬과 앰비언트 전문 레이블로 설립된 Injazero는 신중하고 엄격한 작업으로 아직도 10장조차 되지 않는 카탈로그 넘버만을 보유하고 있지만 발매된 앨범 하나하나가 뛰어난 음악적 성취와 완성도를 지닌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장르 특유의 서정적 표현에 기대어 심미적 완성에만 치중했던 기존 작업의 진부함에서 벗어나 기악적 완성도는 물론 콘텐츠의 진지함까지 기록으로 담아낸다.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접했던 매트의 음악들을 레이블의 지원을 받아 앨범 형식으로 온전히 들을 수 있는 것은 청자 입장에서도 분명 행운이다. 매트는 자신의 피아노를 공간의 중심에 두고 바비첼 등의 현악기들을 배경에 스테레오 타입으로 배치하여 자신만의 실내악적 규범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현대 작곡의 기본적인 특징과 요소들을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3분 전후의 길이로 연주를 소화함으로써 테마 중심의 집약적인 서술을 보여주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간결함과 예리한 붓 터치로 묘사한 듯 한 선명한 이미지 덕분에 우울하면서도 서정적인 색채의 테마들은 더욱 몰입감을 갖게 된다. 더불어 이 앨범과 동시에 발매된 Empire Remixes (2017)에서는 "Empire", "L for Luna", "Orpheus" 등의 대표곡들을 Robot Koch, Turtle, Ambassadeurs, Ed Carlsen 등이 리믹스하거나 재구성한 다섯 개의 트랙이 담겨 있어 함께 들어보면 원곡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매트는 물론 레이블에 대한 음악적 신뢰를 확인하게 되는 앨범이다.

2018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