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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ny Jewel - Themes for Television (Italians Do It Better, 2018)

komeda 2018. 5. 31. 12:11


미국의 작곡가 겸 프로듀서 조니 쥬얼의 신보. 올해 초에 발매된 Digital Rain (2018)이 쥬얼의 사적 경험에 바탕을 둔 개인적인 작업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텔레비전 연속극을 위한 테마로 작곡된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연속극은 작년에 시즌 3로 방영된 데이비드 린치와 마크 프로스트의 'Twin Peaks: The Return'을 의미한다. 쥬얼은 드라마를 위해 20시간 분량의 음악을 준비했고 여기에서 일부를 추려 린치 감독에게 제시했는데, 그중 몇 곡만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는 "Windswept" 한 곡만 채택되었고 "Saturday"와 "Shadow"는 다른 형식으로 드라마에 삽입됐다고 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시즌 3에서도 지난 시리즈의 음악을 담당했던 Angelo Badalamenti가 대부분 곡을 작곡했다. 린치와 바달라멘티가 영상과 음악의 비대칭적인 대비적 조화를 통해 드라마 속 상황이 지닌 불안과 불편을 극적으로 다뤘다면, 쥬얼의 음악은 텔레비전 화면을 응시하는 사람의 심리를 직접 언급하고 있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앨범은 쥬얼이 작년에 발표한 Windswept (2017)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트윈 픽스를 위해 작곡했던 곡들을 확장하고 재구성해서 독립된 앨범으로 발매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앨범을 드라마와 직접 연관 지어 말하기도 어렵고 전혀 무관한 작업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난감함이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앨범을 하나의 독립된 작업으로, 음악 그 자체로 감상할 여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둔 쥬얼의 음악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듯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는 다크 앰비언트에 가까운 묘한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개별 곡이 지닌 인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앨범 전체는 확실히 드라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트윈 픽스를 모티브로 하는 많은 음악이 존재하지만, 쥬얼의 작업은 드라마와의 직접적인 관련성을 의식하더라도 확실히 독특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트윈 픽스에 대한 쥬얼의 헌정으로 봐도 무방하다.


201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