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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ly Rolling Camera - Juniper (Edition, 2018)

komeda 2018. 7. 9. 12:19


영국의 재즈 그룹 SRC의 신보. 2013년 데뷔 이후 Slowly Rolling Camera (2014)와 All Things (2016)를 포함한 정규 앨범 외에 싱글과 EP 및 비정규 라이브 등을 발표하며 짧은 기간 동안 강한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성공을 거둔다. 이번 앨범은 데뷔 초부터 보컬을 담당했던 Dionne Bennett가 빠지고 Dave Stapleton (key), Deri Roberts (elec), Elliot Bennett (ds) 등 나머지 세 명이 주축이 되어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데뷔 초기부터 여러 게스트를 참여시켜 녹음과 공연을 진행했던 음악 플랫폼의 역할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세 명으로 그룹을 재정비한 이후에도 SRC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음악적 분위기는 역시 고스란히 유지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디온의 보컬이 그룹 내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상당했기 때문에 그녀가 없는 SRC가 과연 존재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컬의 부제에 따른 공백을 자신들이 기반하고 있는 음악적 스텐스를 보다 강화하고 연주만으로 이루어진 공간 속에서 SRC의 팀 칼라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소울과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둔 자신들의 움악적 내연을 확장할 가능성을 스스로 개방하는 한편, Edition 레이블로부터 소속 뮤지션들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개별 작업이 지닌 콘텐츠는 더욱 풍부한 외연까지 갖추게 된다. 여기에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과 사운드 디렉팅 등의 역할에 대한 세부적 내부 분담을 통해 다른 그룹에서 볼 수 없었던 집단적 창작의 예를 보여주기도 한다. 소울과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두고 다운템포, 트립합 등의 요소들을 조합하지만 단순히 레트로한 접근에 의존하지 않고 현실적 공감을 유도할 수 있는 그루브를 연출할 뿐만 아니라, 장르 복합적 특징을 구성했던 이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세밀한 조율을 통해 자신들만의 공간감을 구성하는 사운드와 시네마틱한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SRC보다 더 SRC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8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