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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d Mehldau - Finding Gabriel (Nonesuch, 2019)

komeda 2019. 6. 12. 15:25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의 신보. 멜다우는 확실히 작가적 측면이 강하다. 연주를 전개 과정에서 독특한 코드나 스케일의 구사를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낙인을 남기는가 하면, 연주 자체에서 구사하는 유니크한 타건은 누가 들어도 멜다우의 것임을 쉽게 확인하게 된다. 여기에 작곡 및 편곡에서 드러나는 멜다우의 창의적 면모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번 앨범은 몇 년 전 Mark Guiliana와 함께 발표한 Mehliana: Taming The Dragon (2014)을 접했을 때의 신선함을 떠올릴 만큼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멜다우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OB-6 신시사이저의 역할이 전면에 부각되고, 프로그래밍이나 이팩트의 활용이 두드러질 뿐만 아니라 보이스나 감각적인 드럼 비트의 활용 등, 다분히 누재즈적 감각이 엿보이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레트로 감성이 묻어나는 연주를 선보이는가 하면 올드스쿨의 언어를 차용해 모던한 복고를 재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앨범은 스타일 측면에서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복잡한, 매우 다면적인 장르적 특성을 마구 뿜어낸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가 멜다우의 독창적 연주에 방점이 찍혀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개별 곡의 진행보다는 구성에 중점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5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역시 멜다우 답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어쩌면 이번 앨범은 멜다우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곡과 연주 중에 간헐적으로 드러난 요소를 극대화한 측면도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멜다우 다움의 정체가 단순히 독특한 코드 혹은 스케일의 구사나 그만의 연주 스타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가족 소재 영화를 만들어도 봉준호가 만들면 기생충이 되듯이, 재즈와는 낯선 요소들을 활용해도 멜다우가 만들면 Finding Gabriel이 된다.

2019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