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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son Trouvé - Malam (Hush Hush, 2019)

komeda 2019. 7. 12. 20:05

 

벨기에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윌슨 트루베의 신보. 이번 앨범과 관련해서 무척 간단하게 트루베에 대해 소개했지만, 그의 예술적 활동은 무척 다양하다. 설치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음악 분야에서 그가 보여준 성과 또한 다채롭다. 포스트-록과 일렉트로닉을 결합해 독특한 앰비언트의 경험을 제공했던 Monochromie에서 현대 작곡을 바탕에 둔 시네마틱 사운드를 선사했던 The Blooming White Orchestra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걸고 발표한 작업은 분명 TBWO의 활동과 연관되어 있다. 그 차이를 꼽으라면 규모와 형식 외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음악이 더욱 사적인 콘텐츠를 다루고 있고 내면적 서정에 조금 더 근접한 내용을 보여준다는 정도다. 최근 들어 현대 작곡의 특징을 반영한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 역시 그 연속 속에서 감상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번 앨범의 경우 개별 곡에 타이틀을 로마 숫자로 대신한 점으로 미루어 어느 특정한 대상이나 표제적 내용을 다루고 있다기보다는 개인의 심미적 감성을 표현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각각의 곡마다 서로 특별한 연관성은 없어 보이지만 미니멀하거나 심플한 테마를 구성하고 이를 확장하며 현악과 전자 음향 등의 효과를 이용해 빌드-업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작과 끝의 고저차가 급격하지 않으며 그 과정과 방식 또한 급진적이지 않다. 형식이나 구성의 변화가 아닌 서정과 감성을 서서히 내면에 축적하는 방식으로 시작점과는 다른 결말에 도달하는 과정은 트루베만의 심미적 취향을 반영한 대목이 아닌가 싶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모노크롬이든 TBWO든 트루베는 트루베일 수밖에 없다.

2019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