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Ákos Nagy - Lineaments I (Hunnia, 2021)

komeda 2021. 7. 12. 22:15

헝가리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Ákos Nagy의 앨범. 전자음악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소리를 탐험한다는 목적의식에서 출발했지만, 다양한 분화와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때로는 어쿠스틱 음향에 근접한 사운드의 발생을 목표로 하는 경우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흔히들 일렉트로어쿠스틱이라고 통칭하는 이와 같은 경향적 흐름은 연주 악기가 지닌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전자 음향을 통해 반영하려 하는가 하면, 기존 어쿠스틱 악기의 발성에서 출발해 그 표현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가상적 사운드에 대한 상상력을 펼치기도 한다. 큰 틀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아코스가 선보였던 음악들은 이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코스는 여기에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며 그 반대의 접근을 선보이게 되는데, 기존 전자 음악 특유의 공간적 특징들을 어쿠스틱 연주 악기들로 재현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곡이 Geneamus Ensemble과 일렉트로어쿠스틱 등 두 개의 버전으로 녹음된 "Hommage á Rothko"일 것이다. 첫 번째 버전에서 아코스는 하프, 뱀 모양으로 구부려진 옛 관악기, 바로크 시대의 현악기인 비올라 다 감바, 손잡이를 돌려 현의 진동을 공명음으로 만드는 허디거디 등 이색적인 악기들로 이루어진 4인조 앙상블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음악적 접근을 선보이고 있다. 생경한 악기들인 만큼 그 사운드 또한 무척 이색적일 수밖에 없는데, 아코스는 어쩌면 이와 같은 낯섦을 이용해 자신이 의도한 공간적 이미지를 연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일종의 우회적인 접근에 더해, 기존의 전통적인 음악적 언어와는 전혀 달리 연주 악기들을 이용한 사운드 콜라주적인 레이어링을 더함으로써 음향과 공간이 강조된 실험적인 이미지를 완성하게 된다. 동일한 모티브의 곡을 전자 악기를 이용해 구성한 두 번째 버전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조금 극적으로 드러난다. 역설적이지만 전체적인 사운드의 균형과 안정감에서는 두 번째 버전이 훨씬 뛰어나다. 반면 다양한 사운드들이 충돌을 일으키고 팽창하면서 연출하는 공간의 이미지는 앙상블 버전에서 보다 풍부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와 같은 선택적 아쉬움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일렉트로닉과 다양한 타악의 협연을 담고 있는 "Par la voie des rythmes: La Déploration sur la Mort d’Henry Michaux"와 같은 트랙이 더 인상적으로 들리는 듯하다. DSD 256을 이용해 녹음과 믹싱을 진행한 만큼 일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고해상도 음원으로 감상하면 훨씬 더 큰 쾌감을 경험할 수 있다.

 

2021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