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dullah Ibrahim - Solotude (Gearbox, 2021)
남아프리카 공화국 재즈 피아니스트 Abdullah Ibrahim의 솔로 앨범. 1994년, 수십 년 동안 지속되었던 아파르트헤이트 이후 첫 대통령에 취임한 넬슨 만델라는 압둘라를 "남아공의 모차르트"라고 묘사했다. 압둘라가 1974년 작곡하고 연주한 "Mannenberg" 저항 기간뿐만 아니라 지금도 남아공의 비공식적인 국가로 연주되고 있으며, 실제 그의 음악적 삶 또한 흑인으로써의 인종적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1943년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나 1968년 이슬람으로 개종해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기 전까지는 Dollar Brand로 활동했다. 1950-60년대 미국에서 재즈가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것처럼 남아공에서도 많은 흑인 음악인들은 탄압을 피하거나 추방당해 고향을 떠나야 했는데, 압둘라 또한 유럽에서 활동하며 아프리카의 현실을 세상에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는 이 무거운 주제를 단지 비장하거나 격한 언어로 풀어가는 대신 때로는 열정적이면서도 때로는 우아한 서정을 담아, 마치 고국의 현실이 인류 보편의 문제와도 닿아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압둘라의 음악적 삶을 집약하기라도 하듯 첫 부제에 '나의 여정'이라 적고 있다. 매년 10월 9일, 남부 독일 Hirzinger Hall에서는 압둘라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솔로 피아노 콘서트가 개최되는데, 2020년에는 감염병 사태로 인한 제한으로 관객 없이 소수의 녹음팀만으로 열리게 되었다. 당시의 연주를 담고 있는 이 앨범에서 압둘라는 온화하면서도 따듯한 손길을 전하고 있다. 압둘라는 "6살 때 나는 집게손가락으로 처음으로 피아노의 음을 연주했다. 나를 케이프타운에서 세계 구석구석과 스승들에게 데려갔던 지난 80년과 열 손가락의 여정, 이제 그 집게손가락은 보편적인 통합의 한 음을 연주하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그의 지난 대표곡들은 그 핵심만을 요약한 듯한 간결하고 명료한 연주를 들려준다. 때로는 30초에서 1분 남짓한 짧은 연주 속에서도 그의 삶을 담아낸 듯한 엄숙함이 느껴지며 여전히 빛을 잃지 않은 온화한 섬세함이 손끝을 통해 전달된다. 이번 녹음에는 기존 대표곡과 최근 몇 년 사이의 신곡 외에도 "In-Tempo", "Once Upon A Midnight", "Signal On A Hill" 등과 같은 새로운 오리지널도 포함하고 있어, 앨범의 두 번째 부제인 '나의 전망'이라는 의미에 큰 희망을 품게 한다. 30여 년 전, 잠자리에 누워 침대 곁 작은 컴포넌트로 "The Wedding"을 듣고, 그 깊은 여운에 늦도록 반복해서 들었던 그 밤의 생생함을 떠올리게 해주는 앨범이다.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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