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ian Copeland - If This Were My Body (Lost Tribe Sound, 2022)
캐나다 첼리스트 겸 작곡가 Adrian Copeland의 앨범. 아드리안은 지금까지 Alder & Ash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왔으며, 세 장의 앨범들을 통해 불안과 불협을 내적 긴장으로 향해 있는 고요함과 대질시켜 마치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대비적이고 갈등적인 정서들을 음악으로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이를 위해 인간의 음색과 가장 닮았다는 첼로라는 악기를 사용하고 있어, 때로는 악기가 의인화된 인격체처럼 느껴지는 미묘한 불쾌감이 전달되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자체가 아드리안의 음악이 지닌 고유한 특징처럼 보이기도 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 앨범은 A&A라는 활동명 대신 아드리안의 이름으로 발매된 첫 타이틀이긴 하지만, 이전의 작업에서 보여준 특징들은 이번 작업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이전 작업에서는 아드리안의 고유한 대립적 묘사가 다양한 주변 장르적 형식을 통해 표출되는 다면성이 존재했다면, 이번 타이틀에서는 그보다는 조금은 더 제한적인 장르적 공간에서,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을 반영하여 음악적 표현을 완성한다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이것이 A&A와 아드리안의 타이틀이 지닌 근본적인 차이인지, 아니면 이번 작업이 다루는 주제에 따른 변화인지는 판단하기가 조금은 불분명한 것이, 이번 앨범에서는 거시적인 담론이나 개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육체와 자아의 관계에 대한 자기반성과 성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앨범 전체의 테마에서도 불안과 폭력은 내적 성찰과 긴장의 관계를 이루며 아드리안 특유의 음악적 대위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드리안은 이전 작업과 마찬가지로 첼로가 지닌 모든 기악적 표현을 활용해 다양한 텍스쳐의 사운드를 완성하고, 개별 소리가 지닌 고유한 특징에 강한 상징성을 부여하는 한편, 다양하게 직면하는 갈등과 긴장의 관계 속에서 이를 조합하여 음악적인 성찰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는 대부분을 첼로의 물리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으며, 때로는 우리가 악기에서 상상하기 힘들었던 전혀 의외의 발성을 경험하기도 하여, 마치 음악은 우리의 의식을 의도적으로 뒤흔들며 새로운 시각과 사고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가 보여주는 불협과 긴장이 때로는 나 자신의 이면을 들추는 듯한 모습처럼 보여 불쾌한 감정이 드는 때도 있지만, 그 순간에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서정과 아름다운 정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아드리안은 증명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생각해보면 이번 작업이 기존 A&A의 타이틀과 보여주는 가장 큰 차이점은 슬픔이나 갈등, 혹은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냄으로써 자기애와 연민에 대한 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말이 “내 감정을 숨길 기교는 없다”라는 아드리안 자신의 고백이 아닐까 싶다.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