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ro Freitas - Sankofa (Far Out, 2021)
브라질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Amaro Freitas의 트리오 앨범. 음악 비즈니스에서 뛰어난 연주 실력이나 창의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지만 여기에 적절한 스토리 텔링이 가미되면 마케팅에서 더욱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는 것은 분명하다. 아마로의 프로필에도 이와 같은 점을 잘 부각하고 있는데, 다인종 국가에 비교적 인종차별이 덜 하다고 하지만 노예 제도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설탕 농장 출신의 아프로-브라질리언으로 피아노를 소유할 수 없는 가난한 환경에서, 마치 '퀸스 갬빗'의 주인공처럼 침실에서 가상의 키보드를 통해 음악적 상상력을 키웠고, 명문 음악학교에 입학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아마로는 베이스 Jean Elton과 드럼/퍼커션 Hugo Medeiros를 만나 Sangue Negro (2016)을 발표하며 세상에 강한 존재감을 알리게 되는데, Rasif (2018)에 이은 이번 세 번째 앨범에서도 이들은 트리오의 라인-업으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날카롭고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타건에 명료함과 정교함을 담아내는 아마로의 연주를 잠시라도 들어보면 테크니션으로서의 그의 자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넓은 음악적 공간을 섬세한 점묘로 채색하듯 속주로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라인은 무척 화려하면서도 풍부한 상상력을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빠른 속도만이 그의 모든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Dona Eni"나 "Afrocatu"와 같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템포의 진행 속에서 이미지너리 한 서정을 만들어내면서 음과 음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여유는 물론이며 추상적 표현을 회화적으로 묘사하는 듯한 라인의 진행 또한 인상적이다. 여기에 아마로의 피아노를 보다 극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은 강한 중력이 작용하는 듯한 트리오의 일체감 있는 음악적 응집력이다. 자율적 공간은 거의 피아노에 개방되어 있지만, 아마로의 오른손이 단 세 개의 음으로만 긴 프레이즈를 이어가는 순간에도 베이스는 악절에서 구성 가능한 코드의 음들로 건반의 왼손에 대응하는가 하면, 여기에 규칙적이고 정형적인 비트와 분할적인 패턴을 동시에 조합해 공간의 묘사를 풍부하게 연출하는 드럼 등은 마치 하나의 단일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정교한 집단적 합을 보여준다. 아마로의 힘겨운 성장을 담은 스토리 텔링 없었더라도,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매력을 직감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1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