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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nie Lennox - Lepidoptera (La Lennoxa, 2019)

komeda 2019. 7. 16. 14:34

 

영국 출신 뮤지션 애니 레녹스의 피아노 솔로 신보. 그녀의 정치 및 사회 활동은 언급하지 않고 음악 분야에만 국한하더라도 레녹스는 Eurythmics를 비롯해 작곡 및 가수로서 브리티시 뮤직을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지금까지의 음악 커리어를 떠올려 보더라도 어느 특정 장르에 한정되는 제한과 무관한 폭넓은 스펙트럼을 발견하게 된다. 때문에 피아노 솔로 연주를 담은 앨범을 발표했다고 해서 그리 놀랍지 않았고 오히려 기대와 호기심으로 이번 EP를 접하게 된다. 이번 작업이 어떤 장르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지를 따진다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에 따라 명상의 호흡에 맞춰 임프로바이징을 펼쳤는지, 아니면 표제적 상징을 염두에 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자율적 진행을 보였는지 여부 또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나비목'이라는 큰 타이틀을 앨범에 걸고 수록된 4개의 연주 각각에 나비 이름들을 제목으로 달고 있다. 동서양의 문화에 따라, 여기에 색상과 숫자에 따라 나비에는 다양한 은유와 상징을 내포하고 있지만, 레녹스가 자신의 연주에 어떤 의미를 포함하려고 했는지 또한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다만 이번 연주가 "Now I Let You Go..."라는 설치 전시의 일부로 기획되었다는 점에서 이들 음악의 효과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레녹스는 긴 호흡으로 음과 음 사이의 여백을 강조한다. 때문에 멜로디 그 자체보다는 여러 울림이 중첩되어 이어지고 그 잔향이 서로 간섭하며 소리가 자연스럽게 부유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마치 나비의 움직임을 추상화하여 서술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정중동의 긴장을 전하기도 한다.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을 반영한 듯하면서도 묘사적 특징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이 또한 묘한 텐션을 제공한다. 레녹스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2019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