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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n Peak - Daydreamer (Valley View, 2022)

komeda 2022. 5. 5. 23:47

Broken Peak라는 활동명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Oscar Hildingsson의 앨범. 오스카는 1990년대 말 일렉트로닉 분야에서 처음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 드립-팝과 신스웨이브 계열의 밴드에서 베이스 연주와 작곡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대 말 BP 프로젝트를 통해 앰비언트 계열의 전자 음악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매시브 한 드론 사운드를 조직했던 그 초기의 스타일이 정교하게 정돈된 현재의 모습으로 다듬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실제로 Valley View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는 레이블이 지향하는 경향적 특징에 주파수를 맞춘 측면도 존재하겠지만, BP가 지닌 섬세한 서정이 큰 힘을 발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1-2년 사이 비교적 다작을 선보이면서도 각각의 앨범마다 고유한 정서와 분위기를 담아내는가 하면, 때로는 묘사적인 표현을 통해 마치 자연을 소리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전작인 Horizon (2022)과 불과 2-3개월의 간격을 두고 선보였지만, 미묘하게 다른 각자 고유의 특징들을 담아내고 있다. 전작이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묘사적 표현으로 완성된 일련의 작업과 연관이 있다면, 이번 앨범은 마치 정서의 반응에 수렴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정교한 패드의 조합으로 섬세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완성하면서, 그 자체로 온전한 코드의 진행을 보여주고 동시에 아름다운 라인을 만든다는 점은, 이제 BP의 고유한 음악적 양식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이번 작업에서도 이와 같은 정교함은 큰 매력으로 전해진다. 3분 전후의 집약적인 표현의 짧은 플로우를 보여주면서도, 롱 레가토로 이어지는 오케스트레이션의 한 대목을 듣는 듯한 웅장함과 명료함을 간직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자 악기를 이용한 사운드임에도 그 텍스쳐에서는 아날로그적인 연주 악기의 질감을 재현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점 역시 우리가 BP에게서 기대하는 모습들 중 하나일 것이다. 일련의 미니멀한 코드의 플로우에 따라 밀도 있게 펼쳐지는 사운드스케이프와, 그 위로 조심스럽게 빛을 발하는 섬세한 라인은, 커다란 동요나 기복 없이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으로 끝을 맺을 때까지 평온함을 지속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메디테이티브 한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번 작업에서도 특유의 묘사적인 특징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방식이 단순히 자연이나 환경 등의 대상에만 집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서 및 감정과도 일체를 이루는 평안까지 포함하고 있는 듯한 여유로운 밀도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공간을 이루는 사운드의 밀도감에서 이전 작업과 크게 차이를 두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섬세한 사운드 큐레이팅만으로 조금은 더 여유롭게 느껴 전달하는 점은 분명 인상적이다. 그 어느 순간보다 깊은 서정미를 담고 있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앨범이다.

 

20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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